[팩트체크] BTS 영향?…한국어 열풍 팩트는

27일(한국시간) 오후 서울 성균관대 경영관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2024 성균한글백일장에서 학생이 글짓기를 하고 있다. 2024.9.27 [연합뉴스]

한류 열풍 속 한국어 인구 최대 8천500여만명

한국어, 전세계 7천여개 언어 중 20위 내외

인도까지 한국어 ‘제2외국어’ 채택…학과 개설도

한류 열풍 등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쓰는 인구가 8천만명을 넘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국어 사용 인구 규모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 뉴스 댓글에서는 “남북한 말고 한국어 쓰는 외국인들이 있나”, “한국어가 세계적으로 많이 쓰는 언어가 맞긴 한 건가?” 등의 의견이 제기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를 쓰는 인구는 남북한과 재외동포, 외국의 한국어 학습자까지 합치면 최대 8천500만여명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언어는 영어, 중국어, 힌디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다. 하지만 전 세계에 7천여개의 언어가 있다는 점에서 한국어는 분류 기준에 따라 일부 달라질 수 있지만 전 세계 20위 내외의 사용자를 가져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언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BTS) 등 K팝 아이돌과 ‘오징어 게임’ 등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한국어가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언어 중에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류 열풍 속 한국어 인구 최대 8천500여만명

언어는 국력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한국어가 처음부터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건 아니었다.

한림대 글로벌협력대학원 원장 등의 ‘한류NOW’ 기고문(2020년) 등에 따르면 1959년부터 1980년대 초반은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으로서 선진국에 비해 경제가 뒤지고 문화적 다양성이 떨어지면서 외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는 드물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에 들어서 경제 도약과 더불어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재외동포의 증가, 중국 등 공산권 국가와의 수교 등으로 한국어 학습자가 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세계 속에서 한국어의 인지도가 상승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의 성공적 개최 등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올라갔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나서면서 한국어 학습자가 급증했다.

더구나 가요, 드라마 등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중국에서부터 브라질까지 사실상 전 세계에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게 됐다.

미국, 영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이 아닌 일반 국가의 언어가 이렇게 주목받는 건 드문 일이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등 OTT(동영상 스트리밍)와 유튜브의 발달로 한류가 탄력을 받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쓰는 사람은 남북한 사람뿐만 아니라 제2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 재외동포, 그리고 각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을 모두 포함하면 최대 8천500여만명 정도 추산된다.

정확한 통계는 시기와 출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주요 국가별 한국어 사용 인구는 우리나라가 5천100여만명, 북한이 2천500여만명, 중국이 조선족 등을 포함해 260여만명, 미국이 200여만명, 일본이 80여만명, 캐나다가 23만여명, 우즈베키스탄이 18만여명, 카자흐스탄이 10만여명, 러시아가 15만여명, 호주가 12만여명 등으로 추정된다.

한국어를 학습하는 외국인 학습자나 한국어 능력시험(TOPIK) 응시자도 있다.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는 2010년 14만9천여명에서 2019년 37만여명으로 늘었다. 한국어를 단순히 취미나 노래 가사를 이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학문이나 비즈니스 목적으로 배우는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세계 미래세대를 잇는 한국어 세계화 전략(2023년)’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에서 제1 언어로 한국어 사용 인구는 7천745만명, 제2 언어 포함 시 8천170만명을 추산했다.

한국어, 전 세계 7천여개 언어 중 20위 내외

세계 언어 데이터를 제공하는 온라인 출판물인 에스놀로그(Ethnologue)에 따르면 전 세계에 7천개가 넘는 언어가 있으며 한국어의 위치는 최상단에 속한다.

브리태니커에 의하면 202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 24위에 한국어가 올라가 있다. 1위는 영어(14억5천600여만명), 2위는 중국 베이징 표준말(11억3천800여만명), 3위는 인도 힌디어(6억여명), 4위는 스페인어(5억5천900여만명), 5위는 프랑스어(3억여명)였다.

표준 아랍어(2억7천300여만명), 인도 벵골어(2억7천200여만명), 포르투갈어(2억6천300여만명), 러시아어(2억5천400여만명), 인도 우르두어(2억3천100여만명) 순으로 상위 10위를 형성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어(1억9천900여만명), 독일어(1억3천300여만명), 일본어(1억2천300여만명), 나이지리아어(1억2천여만명), 이집트 아랍어(1억여만명), 인도 마리티어(9천900여만명), 인도 텔루구어(9천500여만명), 터키어(9천여만명), 인도 타밀어(8천600여만명), 중국 광둥어(8천600여만명), 베트남어(8천500여만명), 중국 우(吳)어(8천300여만명), 필리핀 타갈로그어(8천300여만명), 한국어(8천100여만명), 페르시아어(7천800여만명) 순이었다.

에스놀로그 22번째 판에서는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7천700만여명이며 전 세계 언어 중 모국어 사용자 수에 따른 한국어의 순위를 14위로 분류했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의 국감자료에도 한국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전 세계 인구는 7천730만명으로 13위 터키어 다음으로 14위를 기록했다. 또한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일부 재외동포를 포함한 제2 언어까지 합하면 한국어 사용인구는 7천940만명으로 세계 22위였다.

통계 데이터 플랫폼 스태티스타(Statista) 등의 통계 결과를 고려하면 중국의 광둥어처럼 지역 방언을 중국어로 하나로 통합해서 봤을 때는 한국어는 전 세계 20위 내외로 사용되는 언어였다.

인도까지 한국어 ‘제2외국어’ 채택…학과 개설도

해외에서 운영 중인 한국어 보급 기관은 2천여개이며 이 기관에 등록된 수강생 수는 25만여명에 이른다.

외국인 학습자를 위해 국내외에서 발간된 한국어 교재는 3천400권이며 2018년에 실시한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수는 32만9천여명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세종학당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 수도 늘고 있다.

2022년에 85개국, 248개 세종학당에서 11만7천여명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학습했다. 2023년에는 88개국, 256개소로 확대됐으며 수강생은 21만6천여명에 달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세종학당을 350개로 확대하고 전 세계 수강생 50만명을 목표로 한국어 교육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한 국가가 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한 국가는 24개국에 달한다. 일본은 548개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태국은 2만6천여명의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2011년에는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했다.

인도도 2019년에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채택했다. 인도의 경우 기존 5개 제2외국어 가운데 중국어가 빠지고 한국어를 비롯한 4개 언어를 추가하면서 인도의 제2외국어는 모두 8개로 늘었다.

프랑스는 2017년 대학 입시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포함했고 파라과이는 지난해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 정규 과목으로 인정했다. 1997년 미국 대입 시험(SAT)에는 한국어 과목이 포함됐다.

이 밖에도 호주, 브라질,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아르헨티나, 독일, 우크라이나, 영국, 노르웨이,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캐나다, 중국, 대만, 카메룬, 케냐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 또는 한국학 관련 과정을 운영하는 해외 대학 수도 늘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18 해외 한국학 백서’에 의하면 1990년 32개국, 151개 대학에서 한국학 강좌를 운영했으나 2017년에는 105개국 1천348개 대학으로 늘었다.

외국 대학들이 한국어 관련 학과를 설치하는 것은 K-팝, 드라마, 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로 인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또한 한국의 경제 성장과 삼성, 현대 등 글로벌 기업의 활약으로 한국과의 경제적 협력이 중요해지면서 한국어 능력의 필요성이 증가한 이유도 적지 않다.

미국 하버드대는 동아시아 언어 및 문명학과 내에 한국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한국어 언어 수업과 함께 한국 역사, 문학, 문화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버클리대는 동아시아 언어 및 문화학과에서 한국어 수업과 한국 문학, 역사, 사회 관련 과목을 가르치며, 중국 베이징 외국어대는 한국어 및 한국 문화 과정이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대도 한국어 및 한국 문화 과정이 개설돼있으며, 호주 시드니대는 한국어 및 한국 연구 과정을 통해 언어 교육과 함께 한국의 문화, 역사, 사회를 연구한다.

2022년 글로벌 언어 학습 애플리케이션인 듀오링고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국어는 자사 앱에서 7번째로 많이 학습된 언어였다. 한국어는 서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를 끌면서 필리핀과 브루나이 등 4개국에서 가장 많이 학습된 외국어에 올랐고 태국과 인도네시아, 파키스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류 팬 증가’ 한국어에 호재…정부 지원 확대

전 세계의 한류 팬이 늘고 있는 점은 분명 한국어에 호재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 ‘2023 지구촌 한류 현황’에 따르면 한류 팬은 2012년 926만명에서 2023년 12월 2억2천500만명으로 급증했다. 한류 열풍의 기반은 단연 K-팝과 드라마였다. 2023년 조사된 한류 동호회 중 68%가 K팝 동호회며, 10%가 K드라마 동호회로 나타났다. 이밖에 한국어, 한식, 한국 관광과 한류 전반에 대한 관심도 증가 추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전 세계 최대인 1억명의 한류 팬이 활동하는 국가였다. 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23개의 한류 동호회를 기록했고 한류 팬도 1천950만명으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멕시코는 한류 팬이 2천780만명으로 중국에 이어 2위였고 미국은 1천67만명으로 4위였다.

하지만 한국어가 그렇게 배우기 쉬운 언어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2017년 미국 국무부 산하 외교관 언어연수 전문기관인 ‘외교연구원'(FSI)은 영어 원어민 외교관이 외국어를 익힐 때 필요한 교육 시간을 기준으로 세계 주요 70개 언어를 4등급으로 분류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어는 ‘가장 어려운 언어’인 ‘카테고리 4’에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와 함께 분류됐다. 한국어는 독특한 한글 문자 체계에 복잡한 존댓말, 주어-목적어-동사 어순이 언어 습득에 큰 걸림돌로 분석됐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로 한국어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국가별·권역별 초·중등 한국어 보급 전략을 수립하는 전문기구를 신설하고,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현지 맞춤형 교재와 디지털 한국어 학습콘텐츠를 개발해 보급할 방침이다.

정부는 해외 초·중등 한국어 보급 관련 데이터를 축적·분석하고 국가별 특성에 따른 보급 전략을 수립하는 전문기관인 ‘해외 한국어교육 지원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해외 교원에 대한 권역별 연수를 실시해 해외 초·중등 한국어교육의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현지의 초·중등 한국어교육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한국어 원어민 교사 파견을 늘리고 현지 한국어교원 양성 과정을 확대·운영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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