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민주 양당 모두 70세 이상 의원 다수 포진… 세대 대표성 논란 점화
[워싱턴 D.C. ]
2025년 1월 출범한 제119대 미국 연방 의회는 기록적인 고령화 수준에 도달했다. 상·하원을 통틀어 전체 의원의 약 25%가 70세 이상으로, 역대 최다 고령 의원 비율이다.
정치 원로들의 지속적인 영향력 강화는 일각에서 ‘경험 정치’의 승리로 평가되지만, 동시에 ‘대표성 상실’과 ‘세대 단절’에 대한 우려도 비등하고 있다.
◾ 고령 정치인의 압도적 존재감
현역 최장수 상원의원인 척 그래슬리(공화, 아이오와)는 올해 91세로 의회의 최고령 의원이다. 그 외에도 낸시 펠로시(민주, 캘리포니아)는 84세, 미치 매코넬(공화, 켄터키)은 82세로 여전히 지도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화당 측에서는 수전 콜린스(메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다수의 70대 중후반 의원들이 핵심 상임위에 포진해 있으며, 민주당 역시 버니 샌더스(83세, 버몬트), 디크 더빈(80세, 일리노이) 등이 주요 의정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 정책 감각, 세대 대표성 논란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러한 고령화 현상이 민주주의의 세대 대표성 원칙과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40대 이하인 반면, 의회에서는 이들 세대를 대표하는 의원이 5%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AI·기후변화·디지털 경제와 같은 21세기 핵심 이슈에서 고령 정치인의 정책 감각 부족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청문회에서 몇몇 고령 의원들이 인공지능 개념조차 혼동하는 모습이 방송되며 비판 여론이 확산된 바 있다.
◾ “정년제 도입?”… 제도개혁 목소리도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학자들은 의원 정년제 혹은 연임 제한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제도의 도입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년제를 도입하려면 현직 의원들이 스스로 권한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 전문가 제니퍼 스톤 교수(UC버클리)는 “지금 미국 의회는 노장 정치인의 마지막 전성기이자, 동시에 민주주의 대표성 위기의 순간”이라며 “세대 균형을 되찾지 않으면 의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 유권자의 선택이 남긴 과제
의회 고령화는 단순히 정치권의 문제만은 아니다. 반복적인 재선과 낮은 청년 정치 참여율, 그리고 익숙한 이름을 선호하는 유권자 심리도 이 구조를 고착화시켰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