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앨리·패션디스트릭까지… 한인 의류업계에 찾아온 침묵
츄러스도 과일컵도 주인 잃은 거리… 상권에 드리운 침묵
ICE 단속·시위 여파에 손님 ‘뚝’… 셔터 내린 매장 줄이어
연방 이민 세관 단속국의 불체자 단속 이후 LA 자바에는 정적만 감돌고 있습니다.
강채은 기자가 자바를 둘러봤습니다
11일 산티 앨리에는 형형색색의 드레스와 티셔츠, “5달러 세일”을 알리는 붉은 글씨의 팻말이 매장 밖으로 걸려 있었지만, 거리는 텅 비어있었습니다.
먹음직스럽게 포장된 츄러스 봉지와 신선한 과일컵,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상도 있었지만, 거리에는 음식을 사갈 사람이 없었습니다.
거리엔 가끔 서너 명이 지나갈 뿐, 매장 앞은 텅 비어 있었고, 대부분의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쓸쓸히 가게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산티앨리에서 만난 한 한인 상인은 “심할 땐 하루에 20달러 팔기도 어렵다”며 “종업원에게 줄 돈이 없어 사장이 직접 나와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상인은 “평소라면 히스패닉 단골 손님들로 가득 찰 시간이지만, 지금은 손님의 10~20%도 오지 않는다”며 “완전히 ‘전멸’ 상태”라고 토로했습니다.
자바의 한 상인은 “손님은 없고, 월급 줄 여력도 없어 내가 직접 나와 가게를 본다”며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정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자바시장 상인들은 “패션디스트릭트는 더 심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난주 단속이 이뤄진 패션디스트릭트는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였습니다.
산페드로 스트릿을 따라 11가와 12가 사이에 있는 옷가게들은 줄줄이 셔터를 내렸습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최소 20~30%는 임시 휴업 상태였고, 거리에는 사람은 물론 차량도 거의 보이지 않아 빈 스트릿 파킹 공간으로 가득했습니다.
이곳은 지난 6일 ICE가 서류미비 노동자 14명을 체포한 한인 의류업체 ‘엠비언스’ 반경 1마일 이내에 위치해있습니다.
한편 엘에이 다운타운 안에서도 지역별로 분위기 차이가 났습니다.
다운타운 사우스 팍에 거주하는 이정욱 씨는 “현재 사는 지역은 비교적 조용했고, 통행금지령 때도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아트 디스트릭트에 위치한 회사는 이민 단속 이후 재택근무로 전환됐다며 “가급적 사무실 출근을 자제하라는 공지가 내려왔다”고 밝혔습니다.
다운타운에 거주 중인 한인 노연우 씨는 “시위가 시작된 뒤 총성 같은 폭죽 소리에 공포에 떨었다”며 “경찰차 30여 대가 지나가고, 헬기 소리가 밤새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시위와 단속의 여파는 문화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10일 밤부터 시행된 통행금지령으로 LA 필하모닉의 ‘서울 페스티벌’과 센터시어터그룹의 ‘햄릿’ 공연 등이 연달아 취소됐습니다. 센터시어터그룹은 성명에서 취소 건당 3만 5천 달러 정도의 티켓 판매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라디오서울 강채은 기자 | chasekarng@radioseoul165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