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통행 금지에 유동인구 줄어” LA 도심 상점·식당들 ‘개점 휴업’
14일 LA 등서 노 킹스 시위 예정.. 파견 해병대-시위대 충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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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오후 7시, 택시를 타고 가다 로스앤젤레스(LA) 시청과 가까워지자 택시기사의 스마트폰이 갑자기 시끄럽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시위 때문에 위험한 구역이니 조심하라는 알림”이라고 그는 말했다. 결국 시청 바로 앞까지는 다다르지 못한 채 택시에서 내려야 했다. 시청 주변 도로에 더 이상 넘어오지 말라는 의미의 경계 테이프가 둘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안쪽에는 경찰차들만 여럿 보였다.
시위·통금에 활력 사라진 LA 도심
택시에서 내려 마주한 풍경은 산발적인 시위로 정신 없었던 나흘 전과는 달랐다. 교통정체가 하루 종일 이어지고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바쁘게 거리를 활보하던 라라랜드는 더는 없었다. 도심은 마치 버려진 도시 같았다. 4차선 도로에는 차 한 대도 보이지 않았고, 평소였다면 빈 자리 찾기가 어려웠을 공영 주차장에는 오래 전부터 방치된 듯한 서너 대의 차들만 남아 있었다.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 식당, 상점들 역시 전부 셔텨가 내려진 상태였다. 운영시간이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라고 표시된 거리의 한 피자가게는 이미 장사를 접고 청소 중이었다. 가게 점원은 “이 일대 야간 통행금지령(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때문에 밤에는 손님이 안 오니 마감 시간을 당겼다”며 “낮에도 요즘은 사람이 거의 없다.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안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LA에서 불법 이민 단속 반대 시위가 발발한 지 이날로 8일째가 됐다. 지난 6일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기습적인 이민 단속은 대대적 반대 시위를 불렀고, 이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시위 진압을 위해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파견했다. 연방정부의 이 같은 강수에 시위가 더 격화하고 혼란스러워지자, LA시는 지난 10일부터 매일 야간 통금령을 발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요는 진정됐지만, 도시의 활력도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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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시청 주변 한 상점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로스앤젤레스=이서희 특파원
LA 파견된 해병대, 연방 청사 앞 배치
지난 9일 LA에 도착한 해병대는 이날 처음으로 현장에 투입됐다. 해병대는 시위대 등에 맞서 LA 도심 연방 청사 등을 보호하는 업무를 맡았다. 투입 인원은 약 200명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병대원들은 이날 연방 청사 앞에서 한 남성을 체포했다. 이들은 남성의 손을 케이블타이로 묶은 뒤, 약 2시간 후 국토안보부 소속 인력에게 그를 인계했다. 해당 남성은 27살 이민자이자 미국 육군 참전 용사인 마르코스 레아오로 파악됐다. 그는 건물 주변을 돌아가지 않기 위해 경계 테이프를 넘었고, 제한 구역을 넘었다는 이유로 ‘땅에 엎드리라’는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풀려난 뒤 기자들에게 “재향군인부 사무실에 가려고 했는데 해병대가 나를 시위자로 오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군은 그의 구금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현역 군인에 의해 민간인이 구금된 첫 번째 사례”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해병대가 LA의 연방 청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토요일인 14일에는 시위대와 무력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인 이날 미국 전역에선 트럼프 반대운동인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50개 주에서 2,000건이 넘는 시위가 계획돼 있다.
짐 맥도넬 LA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확한 인원은 추산하지 않으면서도 “전국에서 수일째 계속되고 있는 이민 단속 반대 시위의 진원지가 LA인 만큼 14일 시위는 시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평화적 시위는 보장하면서도 만일에 있을 폭력적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