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B Jun 뉴스데스크
엘에이 시정을 오래 지켜본 이라면 느끼는 공통된 의문이 있다. “시청에는 공무원이 그렇게 많은데, 왜 실제 일은 외부에 맡기는가?”
표면적인 설명은 늘 같다. ‘민간의 효율성’, ‘공공-민간 파트너십’, ‘예산 절감’… 하지만 현장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외주화 구조의 진짜 이유는
효율이 아니라, 책임 회피와 정치적 안배에 있다.
시 정부는 공식적으로 “우리는 홈리스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으며, 민간 파트너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거리에서 쓰러진 노숙인 한 사람에게 911 출동 차량 세 대가 몰려든다.
소방차, 앰뷸런스, 경찰차—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자원이 하루에도 수십 차례 이런 식으로 낭비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시의회는 홈리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책임을 외주화한다. 소방국(LAFD)에게 떠넘기고, 비영리단체에 운영을 맡기고, 예산은 민간 계약서 안으로 들어간다.
이 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감시의 실종이다. 공무원이 집행하는 예산은 감사 대상이지만, 외주 계약으로 나간 예산은 ‘지출’로 분류되며 그 이후는 사실상 블랙박스다. 계약은 종료되면 그만이고, 문제가 생겨도 “업체 탓”이라며 행정은 빠져나간다.
그 사이에 누가 이익을 얻는가? 선거를 도왔던 단체들, 캠페인 후원자들, 시정에 연결된 ‘파트너십’ 기업들이다.
자리 대신 일감을 나눠주는 이 구조는 공공의 신뢰를 사적 이해로 전환하는 ‘정치적 리사이클링’이라 할 만하다.
행정의 외주화는 단순한 민간 협력 모델이 아니다. 그것은 책임의 회피이고, 시민 권한의 무력화이며, 감시되지 않는 권력의 변형된 얼굴이다.
시청이 손에 흙은 묻히지 않고, 결정만 내리고, 예산만 지출한다면 과연 그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
엘에이는 지금 ‘일하는 정부’를 원하는 시민과 ‘일을 피하는 정부’ 사이의 갈등 속에 있다.
우리의 세금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그 흐름을 끝까지 따라가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