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묻지 않으면, 아무도 답하지 않을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여전히 햇살 가득하고, 해변은 백사장과 파도가 넘치고 실리콘밸리는 여전히 세계를 움직이는 기술을 만들고,
할리우드는 여전히 꿈을 포장해 전 세계로 내보내는것 같지만, 그 찬란한 겉모습 속에서 우리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무너지고 있다.
며칠 전, 엘에이 시내의 호텔·공항 노동자를 대표하는 유니온(Local 11)이 2028년까지 시급 30달러 인상을 모든 업계로 확대하자는 주민 발의안을 꺼내 들었다.
누군가에겐 환호할 일이다. “정당한 임금을 요구하는 정의의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
정말로 이게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인가?
최저임금이 오르면, 그 비용은 누가 감당할까? 소상공인은 견딜 수 있을까?
자영업자는 살아남을까?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일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정책은 사람과 공동체를 건드린다. 아름답게 포장된 조례 뒤에,
그늘 속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 이 도시의 정치인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캘리포니아의 정치는 지금, 너무도 짧은 숨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 임기, 한 선거, 한 표의 박수. 그 이상은 보지 않는다.
노조의 요청, 시민단체의 요구, 이념적 단어들 표가 되는 말은 빠르게 채택되고,
표가 안 되는 진실은 서랍 속으로 밀려난다.
도시는 긴 호흡을 필요로 하지만, 정치는 너무 숨이 짧다.
거기에 더해, 이 도시의 정치는 이미 오래전부터 노조와 특정 이익단체의 입김에 깊숙이 포획되어 있다.
- 교사노조가 예산을 좌우하고,
- 공무원 노조가 인사 시스템을 잠식하며,
- 민간노조는 공공 조례를 주무른다.
시의회는 시민이 아닌, 조직의 대변자가 되어 버렸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시민이 아닌 이익집단이 도시의 방향을 설계하는 것. 이것이 정말 우리가 바란 민주주의인가?
부자들은 가장 먼저 알아채고 떠나고 있다.
세금이 덜한 네바다로, 자유와 효율을 좇아 텍사스로.
기업과 자산가, 투자자는 “캘리포니아는 끝났다”는 말과 함께 거처를 옮긴다.
가난한 사람만이 남는 도시, 그들을 도울 재정은 줄어들고, 서로가 서로를 탓하는 구도의 도시가 될것이다.
정치인들은 “우리는 시민의 뜻을 따랐다.” 하지만 우리는 묻고 싶다.
“당신이 말하는 시민이란 누구인가?”
표를 던졌다고 해서, 그다음 순간부터 우리 삶의 구조를 뒤흔드는 조례들이
이리도 쉽게, 이리도 무책임하게 밀어붙여지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가?
지금 캘리포니아는 무너지고 있다. 소리 없는 붕괴. 책임 없는 결정. 방향 없는 개혁.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 없는 정치.
이제는 시민이 묻기 시작해야 한다. 정치인은 묻지 않는다. 이익단체는 더더욱 묻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