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라디오서울 뉴스데스크
로스앤젤레스에서 다시 한 번 ‘최저임금’ 논쟁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호텔·공항 노동자 노조 Unite Here Local 11이 주도한 이번 주민발의안은 오는 2028년까지 시 전역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30달러로 인상하자는 내용이다.
표면적으로는 노동자를 위하는 정의로운 운동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발의안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감춰진 계산과 정치적 이득, 그리고 성 밖으로 내몰릴 다수의 노동자들이 보이지 않는가?
노조는 어리석지 않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계산에 밝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고, 저숙련 노동자는 해고되며, 자동화가 가속화된다는 점을 그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이같은 발의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핵심은 바로 노조가 보호하려는 대상이 ‘모든 노동자’가 아닌 ‘조직된 일부 정규직 노동자’라는 사실이다.
Unite Here는 호텔, 공항, 이벤트홀 등 대형 사업장 정규직 노동자를 대표한다.
이들은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한인타운의 식당 종업원과 같은 주변부 노동자에게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경쟁자들이 시장에서 제거되고, 남은 자리가 더 귀해질수록 자신들의 교섭력은 더욱 커진다. 이것이 바로 이들의 ‘노조 전략’이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외피 아래, 기득권 내부를 단단히 구축하려는 행보다.
게다가 이번 임금 발의안은 단지 경제 정책이 아니다. LA 2028 올림픽을 앞둔 ‘정치적 무기화’ 전략이다.
노조는 이를 통해 대형 개발 프로젝트에 압력을 가하고, 노동자가 조직되지 않은 기업에는 시 보조금을 제한하려 하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도시 전반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시민들이 ‘임금 정의’라고 착각하는 사이, 그 안에서는 또 하나의 권력 확대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사람들은 누구인가? 바로 영세 자영업자와 저소득층 이민자들이다.
한인타운의 작은 식당, 미용실, 카페에서 일하는 이들이 직장을 잃고,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줄이고 가족 노동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소수자의 생존권’은 이런 식으로 조용히 사라진다.
Unite Here Local 11은 이러한 결과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그들은 침묵한다. 그들의 책임은 내부 조합원에게만 한정되어 있고, 조직 외부의 희생은 통계로만 존재할 뿐이다.
정말 노동자를 위한다면, 일자리를 없애는 방식이 아닌, 더 많은 노동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치가 아닌 경제로, 기득권이 아닌 생존으로, 이 문제를 다시 바라봐야 한다.
“사람을 위한다고 말하는 자를 경계하라.
그들은 종종 사람을 내세워 권력을 얻고,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해 다시 사람을 희생시킨다.”
이 말이 지금의 엘에이에도 울리고 있다. 최저임금 30달러라는 명분 아래 누구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는지, 우리는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