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독도 이길 수 있다” 20년 집념이 만든 혁신적 항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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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위스콘신주 리치필드에 사는 티모시 프리데(57)는 지난 20여 년간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뱀들에게 200번 넘게 물리며, 자신의 몸에 직접 뱀 독을 주입해왔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죽음의 독을 이길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는 것. 이 위험한 자기 실험은 결국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범용 항독소’ 개발로 이어졌다.
현재까지 뱀에 물려 매년 200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고, 1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기존 항독소는 특정 뱀 종에만 효과가 있어, 다양한 뱀의 독을 한 번에 막을 수 있는 치료법은 없었다.
하지만 프리데의 혈액에서 추출한 항체와 기존 독소 억제제(바레스플라디브)를 결합한 새로운 항독소 칵테일은, 흑맘바·킹코브라 등 13종의 치명적 뱀 독에 노출된 실험용 쥐를 완전히 보호했고, 추가 6종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 효과를 보였다. 이 연구 결과는 5월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됐다.
프리데는 2001년부터 뱀 독을 소량 주사하며 면역을 키우기 시작했고, 점차 실제로 뱀에 물리는 실험까지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16종 이상의 뱀에게 물렸고, 10여 차례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생사의 고비를 넘기도 했다. 그의 혈액에는 다양한 뱀 독에 맞서는 희귀 항체가 축적됐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바이오기업 센티백스(Centivax)와 콜롬비아대 연구진이 혁신적 항독소를 개발했다.
연구를 이끈 제이콥 글랜빌 박사는 “이제 더 이상 아무도 이런 위험한 자기 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 필요한 항체는 모두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항독소는 아직 동물실험 단계로,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와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이번 성과는 뱀에 물린 뒤 어떤 종인지 몰라도 신속하게 투여할 수 있는 ‘범용 항독소’ 개발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랭커스터대 스티브 홀 박사는 “무엇에 물렸든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있다면 엄청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내가 살아남은 건, 내 혈액 속에 아주 특별한 항체가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이 항체가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길 바랍니다.”
— 티모시 프리데
기사 출처:
네이처,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더 사이언티스트, 사이언스뉴스, CNN, 머니컨트롤, 피어스바이오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