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우선하던 라티노, ‘공격받는 집단’ 인식 커지자 정치적 결집… LA 시위와 ICE 단속이 불러온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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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 멕시코 국기를 든 시위대와 불타는 차량, 그리고 진압 장비를 갖춘 경찰의 모습이 1994년 캘리포니아 주민발의안 187 반대운동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당시 라티노들은 불법 이민자에 대한 교육·의료·복지 차단 시도에 맞서 시민과 이민자 구분 없이 뭉쳤고, 이는 ‘피해받는 소수 민족’이라는 집단 정체성의 형성과 정치적 결집으로 이어졌다. 30년이 지난 지금, 비슷한 장면이 재현되고 있다.
최근 LA 일대에서 ICE(이민세관단속국)의 대규모 단속과 트럼프 대통령의 군 병력 투입(개빈 뉴섬 주지사 반대에도 불구)이 이어지자, 많은 라티노들은 자신들이 체계적으로 공격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특히 알렉스 파디야 상원의원이 ICE 단속 관련 질문을 하려다 국토안보부 장관 기자회견장에서 강제로 퇴장당한 사건은 이런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파디야 의원은 MIT 출신의 미국 태생 상원의원이지만, ‘완전한 미국인’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경제가 최우선이던 라티노, ‘위협’ 앞에 집단 결집
라티노 유권자들은 전통적으로 경제 문제(인플레이션, 일자리, 주거비 등)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고, 실제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경제 포퓰리즘에 호응해 사상 최대 비율이 공화당에 표를 던졌다. NBC 출구조사에 따르면, 2024년 트럼프는 라티노 표의 46%를 얻었고, 특히 라티노 남성 표심에서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경화’가 라티노 정체성의 포기였던 것은 아니다. 라티노들은 자신과 가족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투표했지만, 공동체 전체가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는 다시 집단적으로 움직인다. 실제로 1994년 캘리포니아, 2018년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 시기, 그리고 최근 LA 시위 등 ‘공격받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강해질 때마다 라티노 투표율이 급등하고, 민주당 지지로 쏠리는 현상이 반복됐다.
“이민정책, 균형과 상식 원해”… 과도한 단속엔 반발
여론조사에 따르면, 라티노 유권자의 78%는 범죄와 연관된 이민자 중심의 합리적 단속을 원하며, 가족·지역사회 전체를 겨냥한 대규모 단속에는 반대한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 특히 범죄와 무관한 이민자까지 대거 추방하는 움직임에 대해 “너무 지나치고, 우리 사회를 약화시킨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라티노 표심, 다시 ‘민족적 결집’으로?
최근 LA 시위와 파디야 의원 사건은 플로리다 등 전통적 공화당 지지 라티노 집단(쿠바계)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의 쿠바계 이민자 인도적 보호 프로그램 폐지 등 강경정책에 대해 “이런 걸 원한 게 아니다”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미국 라티노 유권자의 3분의 1은 1994년의 집단 경험이 없는 세대다. 하지만 SNS를 통해 시위와 단속 장면이 확산되면서, 다시금 ‘집단적 위협’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제 라티노 표심은 경제와 정체성, 두 축 사이에서 어느 쪽이 더 위협받는지에 따라 움직일 전망이다. 민주당은 반이민 정책 반대만으로, 공화당은 경제 호소만으로 라티노 표를 확실히 잡을 수 없는 이유다.
기사 출처: The Atlantic, News18, Fox News, AS/COA, UnidosUS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