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180도 뒤바뀐 이민정책, 그 뒤에 숨은 정치적 계산
극적 전환: 1994년 vs 2024년
1994년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발의안 187호를 통과시켰다. 일명 ‘Save Our State’ 법안으로, 미등록 이민자들의 공교육과 사회서비스 이용을 전면 차단하는 내용이었다. 30년이 지난 2024년, 같은 캘리포니아는 정반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등록 이민자 전체에게 메디칼(주 의료보험)을 제공하며, 연간 26억 달러의 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 극적인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정치 전략의 결과다.
단계별 확장 전략: “삶은 개구리” 방식
캘리포니아 민주당은 급격한 정책 변화로 인한 반발을 피하기 위해 단계적 접근법을 택했다:
1단계 (2015년): 미등록 아동에게만 메디칼 제공 2단계 (2019년): 19-25세 청년으로 확대
3단계 (2022년): 50세 이상 고령자 포함 4단계 (2024년): 26-49세까지 전면 확대
각 단계마다 “아이들을 위해”, “취약한 고령자를 위해”라는 도덕적 명분을 내세워 반대 여론을 무력화했다.
연방법의 허점을 파고든 ‘합법적 우회’
가장 교묘한 부분은 연방법을 직접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는 전략이다.
생츄어리법의 경우:
- 연방 이민법을 “거부”하지 않음
- 단지 지방 경찰의 “협력을 제한”할 뿐
- 연방정부는 여전히 자체 단속 가능
-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단속 효율성 크게 저하
메디칼 확대의 경우:
- 연방 자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음
- 오직 주 예산만으로 운영
- 따라서 연방정부가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 없음
- 연방 메디케이드 제한 규정을 우회
인구 구성 변화를 통한 장기 전략
UC 샌디에고 정치학 교수 연구에 따르면, 1994년 발의안 187의 “세대적 영향”이 2010년 선거에서 나타났다. 당시 라티노 유권자가 주 전체의 25%를 차지하며 캘리포니아를 좌측으로 이동시켰다.
여론 변화의 증거:
- 2015년: 미등록자 건강보험 지지 54%
- 2021년: 66%로 상승
- 2025년: 다시 42%로 하락 (재정 부담 우려)
민주적 정당성 논란
연간 26억 달러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 민주당은 주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았다.
모든 결정이 주의회와 주지사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는 1994년 발의안 187이 주민투표로 통과된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에는 시민들이 직접 의사를 표현할 기회가 있었지만, 현재의 정반대 정책은 대의기구만의 결정으로 추진되고 있다.
재정 압박과 현실의 벽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올해 50억 달러 절약을 위해 미등록자 메디칼 신규 등록을 중단하겠다고 제안했다. 민주당 의원들조차 이를 거부하고 있어 당 내부에서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적 파급효과 우려
캘리포니아의 이런 정책들이 다른 주로 확산될 경우의 파급효과도 우려된다. 연방 차원에서는 국토안보부가 “생츄어리 관할구역 명단”을 공개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자금 지원 중단을 위협하고 있다.
결론: 정교한 정치공학의 산물
캘리포니아 민주당의 30년간 전략을 분석해보면, 이는 단순한 이념적 변화가 아니라 정교하게 계산된 정치공학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 단계적 접근으로 반발 최소화
- 법적 허점 활용으로 연방 제재 회피
- 인구 구성 변화 활용한 장기 전략
- 도덕적 명분을 통한 반대 여론 무력화
- 민주적 절차 우회로 신속한 정책 추진
하지만 재정 지속가능성과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두 가지 큰 과제에 직면해 있다. 향후 이 실험이 성공할지, 아니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수정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