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지수 2월 이후 최고 기록 마감
트럼프 관세정책 완화 믿음에
연준 금리인하 기대감까지 영향
뉴욕증시가 26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올해 2월 이후 20%가량 떨어지며 날렸던 9조8,000억 달러(약 1경3,300조 원) 규모 시가총액을 약 네 달 만에 거의 회복한 것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 대비 0.8% 상승한 6,141.02로 마감했다. 올해 2월 19일 기록한 종가 최고치(6,144.15)에 거의 근접한 기록으로, 장중에는 이 선을 잠시 넘어서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합의로 탄력을 받고 있는 대형 기술주가 상승세를 주도했으며, 호실적이 발표된 은행주도 상당한 상승을 기록했다.
이날 기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 관세 충격파를 전세계에 던지며 증시가 폭락했던 4월 저점(4월 8일) 대비 무려 23%가량 상승한 수치다. ‘공포지수’라 불리는 뉴욕주식시장 변동성지수(VIX)는 당시 52까지 치솟았으나, 이날 기준 16.59까지 하락했다. 시장이 상당한 안정감 속에서 위험에 베팅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97% 상승한 2만,167.91에 장을 마감했다. 마찬가지로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94% 오른 4만3,386.84로 장을 마쳤다.

올해 미국 뉴욕증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그래프. 로이터 홈페이지 캡처
이날의 지수 고공행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혹한’ 관세 정책이 결국엔 완화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라 부르고 있다. 한 분석가는 블룸버그에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이번 랠리는 시장이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대해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실제 백악관의 메시지도 긍정적이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2주도 남지 않은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점에 대해 “아마 연장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반영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후임을 조기에 임명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블룸버그는 “비둘기파 신임 의장의 메시지는 ‘매파’ 파월 의장의 관망 신호를 가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JP모건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25일까지 5거래일 동안만 무려 32억 달러(약 4조3,5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특히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높은 부문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