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장만 여건 사상 최악”… JP 모건 체이스 보고서

[로이터]

모기지 부담, 5년 새 45% 급증

소득,‘주택·이자율’ 못 따라잡아

외곽 지역,‘집 사기 더 힘들어’

내 집 장만 여건이 사상 최악의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 산하 연구기관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주택 구매 여건은 지난 5년간 주택 가격과 이자율이 급등하면서 주택 구매력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작년 미국 평균 가구는 2019년에 비해 주택 구입 시 소득의 45%를 더 지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주택 마련을 위해 쓸 수 있는 여유 자금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모기지 부담, 5년 새 45% 급증

보고서를 작성한 크리스 위트 연구원과 조지 에커드 연구원은 “2019년부터 2024년 사이 소득 증가 속도에 비해 주택 가격과 이자율 상승폭이 훨씬 컸다”라며 “같은 조건의 주택을 구매하려면 모기지 대출 지출 비중을 45%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택 구매력이 크게 떨어진 원인은 주택 가격이 5년 사이 약 50% 폭등한 데다, 모기지 이자율까지 급등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모기지 이자율 상승만으로도 월 평균 상환액이 약 600달러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24~44세의 생애 첫 주택 구매자 연령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연령층은 2019년 당시 월 소득의 30%만으로도 모기지 페이먼트 상환이 가능했지만, 2024년에는 평균 58%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부동산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다니엘 헤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구매력 악화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지만, 현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며 “지역에 따라 격차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 외곽·교외 지역, ‘집 사기 더 힘들어’

주택 구매 여건은 대도시보다 외곽 지역에서 더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건체이스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 중심부에서는 소득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주택 가격 상승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교외 및 농촌 지역의 경우 주택 가격은 더 많이 올랐지만 소득 상승폭은 크지 않아 구매력 감소폭이 훨씬 컸다.

보고서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인구 이동의 영향으로 대도시 주택 수요는 줄고 교외 및 농촌 지역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집값이 치솟았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인구 50만~100만 명 규모의 중소도시에서 주택 구매력이 가장 큰 폭으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의 소득 증가율은 전국 평균과 비슷했지만 주택 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가팔랐기 때문이다.

다니엘 헤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기간 재택 근무 확산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더 저렴한 주거지를 찾아 이동하며 교외 및 농촌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렸다”라며 “기존 주택 가격이 저렴했던 이들 지역의 이제는 더 이상 저렴한 지역으로 볼 수 없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 세입자도 힘들긴 마찬가지

주택 구매자뿐만 아니라 세입자들도 주거비 급등에 따른 재정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 JP모건체이스가 별도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평균 주택 임대료는 월 86달러 상승, 연간 기준으로 1,000달러 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임대료 상승이 일종의 ‘인플레이션세’(Inflation Tax)’로 작용해 세입자 가계에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등한 임대료로 인해 많은 세입자들이 기존보다 더 높은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는 집단으로 이동하게 됐다. 가계 소득의 50% 이상을 임대료로 지출하는 ‘심각한 임대료 부담’ 집단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주택 임대료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세입자들은 필수 지출을 제외한 소비를 줄이며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 매야 하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세입자 가구가 점진적으로 전체 소비 지출의 1~2%포인트를 줄이는 경향을 보였다”라며 “경제 회복의 중요한 부분인 소비 활동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이미 빠듯한 예산으로 생활하던 세입자들에게 주거비 상승은 가처분 소득 손실로 이어진다”라며 “임대료 상승 현상이 가계 예산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 집값 안정세…바이어스 마켓 전환 중

한편 주택 시장이 구매자에게 유리한 바이어스 마켓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매물 수가 늘어나면서, 바이어들의 협상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얼터닷컴의 6월 14일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리스팅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큰 변동 없이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약 0.4% 하락했다.

리얼터닷컴의 해나 존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전체 매물의 약 5분의 1이 가격을 인하하고 있고, 매물 공급도 늘고 있는 추세”라며 “시장 균형이 점차 바이어 쪽으로 기울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평방피트 당 리스팅 중간 가격은 전년 대비 약 0.7% 소폭 상승했지만 주택 크기가 작아진데 따른 것으로, 주택 가격 상승 압박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 매물 공급↑, 거래 속도↓

주택 매물 공급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매물 수는 84주 연속 전년 대비 증가세를 이어가며 전년 대비 약 28.1% 급증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매물로 나와 있는 주택 수는 100만 채를 넘어섰는데, 이는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존스 이코노미스트는 “새 매물 증가와 누적 매물 재고의 증가는 바이어 입장에서 매우 유리한 신호”라며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바이어 협상력이 강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집값 안정, 매물 증가, 거래 속도 둔화 등 여러 지표가 지난해보다 바이어 측에 유리한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또, 소비자 심리도 점차 회복되는 추세로, 고용 시장 안정과 물가 상승률 둔화로 인해 시장의 자신감도 높아진 상태다. 하지만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보다 낮은 물가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당분간 4.25~4.5% 수준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모기지 이자율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낮은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모기지 이자율이 당장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일부 대기 바이어들에게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주 한국일보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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