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룰’이제 옛말… 적용 가능 대도시 고작 3곳

LA 지역의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100%를 초과해, 이론적으로 주택 구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LA,이론적으로 주택 구입 ‘불가능’
대도시 47곳 주거비 소득 30% 넘어

집값·이자율’ 하락 기다리는 수밖에

내 집 장만은 누구나 꿈꾸는 아메리칸 드림이다. 그러나 최근 이 꿈을 이루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집값과 모기지 이자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소득 대비 주택 구입 비용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주택 구입이 적정한지를 판단할 때 흔히 ‘30% 룰’이 기준으로 사용된다. 이 규칙은 주거비로 세전 소득의 30% 미만을 지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일종의 내 집 마련 지침이다. 식비, 보험료, 교육비 등 필수 생활비 지출을 고려하면 그 이상의 지출은 가계 재정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이 기준을 충족하는 대도시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 44만 달러 주택 사려면 소득 45% 써야

온라인 부동산 서비스 업체 리얼터닷컴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대도시 중 무려 47곳에서 중위소득 가구가 일반적인 주택을 구매하려면 소득의 30%를 훨씬 웃도는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역별 중위소득과 평균 ‘매물 가격’(리스팅 가격)를 비교해 주택 구입 가능 수준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분석을 위해 평균 주택 가격인 44만 달러, 모기지 이자율 6.82%, 다운페이먼트 20%, 연간 재산세 및 보험료로 주택 가격의 1.72% 등의 기준을 적용했다. 이 기준을 적용해 계산하면 평균 소득 가구의 경우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 소득의 약 44.6%를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인 지침으로 여겨졌던 ‘30% 룰’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전국적으로 ‘내 집 마련’ 여건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생애 첫 주택 구매자나 저소득층 구매자의 경우 소득 대비 주택 구입비 비율이 훨씬 높아 단순히 소득의 30%만 계산해선 현실적인 주거 계획을 세우기가 불가능 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대도시 3곳만 중산층 주택 구입 가능

중위 소득 가구가 무리한 비용 부담 없이 집을 살 수 있는 대도시는 손에 꼽을 정도다.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대도시 중 고작 3곳만이 중산층 주택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들 도시는 피츠버그(펜실베니아주), 디트로이트(미시간주), 세인트루이스(미주리주) 등 모두 중서부에 위치한 도시들이었다.

올해 5월 기준, 피츠버그의 평균 매물 가격은 24만 9,900달러로, 지역 중위 소득 가구의 소득 중 약 27.4%만을 주거비로 지출하면 감당 가능한 수준이다. 디트로이트 역시 평균 주택 가격이 27만 달러에 불과해, 연 소득 7만2,500달러 수준인 지역 주민이 29.8%의 소득만으로도 주택 구입이 가능하다. 세인트루이스는 평균 주택가가 29만 9,900달러로 정확히 30%룰을 실현할 수 있는 도시에 포함됐다.

이 외에도 중서부 도시 2곳이 ‘30% 룰’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경우 주택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중위 소득도 낮아 주택 구입 시 소득의 32%를 써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디애나주의 인디애나폴리스 중위 소득은 세인트루이스와 비슷하지만 평균 주택가가 33만 1,500달러로 낮은 편으로, 주택 구입에 33.2%의 소득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 LA 구입 여건 ‘전국 최악’

반면, LA 등 가주 도시 3곳을 포함한 일부 대도시는 주택 구입을 위해 소득을 전부를 지출해야 하거나 구입비가 소득을 초과할 정도로 주택 구입 여건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LA, 샌디에이고, 산호세 등 해안 도시 5곳에서는 ‘30% 룰’을 적용하려면 주택 가격의 80~95%에 달하는 다운페이먼트를 납부해야 가능했다. 이중 LA의 경우 주택 가격이 너무 올라 연 소득만으로는 주택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조사됐다.

LA의 경우, 올해 5월 기준 중위 가구 소득은 9만1,380달러로 전국 평균(7만9,000달러)보다 높지만, 평균 매물 가격이 119만5,000달러에 달해 이론적으로 주택 구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계산됐다. 계산에 따르면, LA 지역의 세금 및 보험료를 포함한 연간 주택 유지비는 약 9만5,500달러로, 일반 가구의 연 소득을 초과했다.

LA에서는 일반적인 20% 다운페이먼트는 내 집 장만에 턱없이 부족하고, 주택 가격의 90~95%에 해당하는 자금을 다운페이먼트로 준비해야 생활이 가능하는 계산이다. 살인적인 집값 탓에 LA 가구의 절반 이상이 주택 보유 대신 임대를 택하고 있는데, 이는 전국 평균 자기 주택 보유율 65%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 ‘샌디에고·샌호세’, 소득 전부 지출해야

가주 내 또다른 대도시인 산호세와 샌디에고의 사정 역시 LA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샌호세의 경우 중위 소득 가구가 소득의 72.4%, 샌디에고에서는 77.1%를 주거비로 지출해야 평균 수준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샌호세는 50대 대도시 중 가장 높은 중위 가구 소득(15만6,664달러)을 기록하고 있지만, 집값이 워낙 비싸, 주거비 부담이 전국에서 최고 수준이다. 올해 5월 기준 샌호세의 평균 매물 가격은 141만9,000달러에 달했으며, 이를 기준으로 한 연간 모기지 페이먼트, 재산세, 보험료 등 주거비용은 약 11만3,436달러로 계산됐다.

샌호세 지역의 이 같은 주거비는 지역 중위 가구 소득의 70%를 훌쩍 넘는 수치다. 샌호세에서 ‘30% 룰’를 적용해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주태 가격의 80%에 해당하는 다운페이먼트를 납부해야 한다. 샌디에이고 지역의 평균 주택 가격은 99만5,000달러였으며, 연간 주거비는 7만9,513달러로, 중위 가구 소득(10만3,066달러)의 77% 이상을 차지했다.

■ ‘집값·이자율’ 하락 기다리는 수밖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반 가구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소득과 주택 비용 중 한가지 이상을 조정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먼저, 소득이 크게 오르면 주택 구매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주택 가격을 감당하기 위해서 필요한 소득 상승률은 과거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실현 가능성은 낮다. 또 소득이 가파르게 오를 경우 주택 수요를 자극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

주택 구입 비용을 낮추려면 모기지 이자율과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 이자율이 낮아지면 대출 비용 부담이 줄어, 그 만큼 주택 구매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현재 단기적인 금리 하락 가능성이 낮고, 경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모기지 이자율 전망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최근 일부 시장에서 주택 신규 공급이 늘면서 집값이 다소 둔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5년간 신규 주택 건설이 활발했던 지역은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감소해 주택 구입비 부담이 덜하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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