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절 다 갔나”… 한인은행권 감원 ‘폭풍전야’

한인 은행 풀타임 직원 현황

은행들 경비 절감 가속화
2년새 직원수 8% 감소세

지점 축소·온라인뱅킹 확산
“올 가을 대량 감원 오나”
직원들 “하루하루가 불안”

“올 가을 대규모 감원 폭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에 은행 직원들이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연방 회계연도가 바뀌는 10월 전에 고연봉 직원들을 먼저 감원할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어 하루하루가 불안한 심정이죠.”

LA 지역 한인 은행에 근무하는 한 중견 직원이 최근 전한 말이다. 한인 은행들이 급성장세에서 긴축 모드로 돌아서면서, 오랜 기간 이어온 ‘지속적 성장’의 전통을 뒤로하고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난 2년여 간 이어진 경기 침체 우려, 고금리, 금융권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한인사회 최대 고용주 중 하나였던 은행권도 결국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인 은행권에서는 ‘감원 폭풍’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최근 발표한 2025년 1분기 자료에 따르면, 남가주에 본점을 둔 6개 주요 한인은행의 풀타임 직원수는 총 2,659명으로, 2년 새 2,889명보다 230명(약 8%)이나 감소했다.

특히 자산규모 1위인 뱅크오브호프는 2023년 초 1,479명에서 현재 1,242명으로 16% 넘게 줄었다. 한미은행과 PCB뱅크, CBB뱅크, US메트로은행 등도 전년 대비 인력을 줄였다.

전통적으로 외형 성장에 맞춰 채용을 확대해온 한인 은행들은 2023년 이후 일제히 긴축 기조에 돌입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실리콘밸리뱅크(SVB), 시그니처뱅크, 퍼스트리퍼블릭 파산 사태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다”며 “팬데믹 이후 모바일·인터넷 뱅킹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인력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한인은행 전체 누적 순익은 2억3,828만 달러로 전년 대비 22.6% 감소했다. 2024년 4분기 순익도 6,149만 달러로 1년 전보다 6.4% 줄었다. 예금과 대출은 늘어나며 외형 성장은 지속됐지만, 고금리로 인한 마진 축소와 경기 둔화로 대손충당금이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은행권에 따르면 한 한인 은행은 지난해부터 직원 교체를 위해 대규모 신입 채용을 단행했으며, 현재 일부 고위급과 중간 관리자층을 대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은행은 과도한 레버리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영업력이 강한 경력자를 영입하고, 대규모 예금 유치 프로모션을 벌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큰 변화를 앞두고 있을 때 예금 프로모션이 자주 진행된다”며 “위기 돌파 시도”라고 풀이했다.

반면 또 다른 한인 은행은 인력 감축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성장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근무 기간이 긴 직원들의 태만이 누적돼도 경영진이 문제를 덮고 넘어가는 관행이 이어졌다”며 “조직 혁신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인 은행권의 대규모 인력감축은 선두주자인 뱅크오브호프에서 시작됐다. 뱅크오브호프는 지난 2023년 3월 전체 인력의 5%에 해당하는 약 80명을 감원하며 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이후 CBB뱅크도 지난해 11월 정리해고로 12명을 줄였다. 일부 은행들은 “해고보다는 자발적 퇴사자의 자리를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연방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 전후로 더 큰 폭의 구조조정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세금과 비용 회계 처리 일정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말단 직원보다는 중간급과 고위급 관리직이 더 큰 폭으로 감원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은행 운영이 디지털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지점 방문 고객이 줄어들고, 지점 통폐합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인 은행권은 여전히 단일 업종으로는 한인사회 최대 고용주 중 하나다. 그러나 당장은 “좋았던 시절은 지났다”는 냉랭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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