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을 경계로 드러난 사회적 격차…
서쪽은 침묵, 동쪽은 전쟁터. ‘자유의 날’이 드러낸 도시의 균열선
7월 4일 밤, 미국은 또 한 번 불꽃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그 불꽃은 하늘에만 터진 것이 아니다.
엘에이, 특히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바라본 이날의 풍경은 도시의 계층적, 문화적 분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서쪽, 라브레아를 넘는 미라클 마일과 피코 로버츠 지역. 이곳의 독립기념일은 조용했다.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스파클러를 흔들고, 가족들은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며 애국가가 잔잔히 흘렀다.
한밤중에도 불꽃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법은 법이고, 시민의식은 그것을 존중한다는 태도가 강하다.
그러나 몇 블록만 동쪽으로 이동하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후버 스트리트를 넘고, 남쪽으로는 3rd에서 올림픽을 지나며 공기는 매캐해지고 소음은 전쟁터 수준으로 커진다.
불꽃놀이는 ‘합법의 가장’을 쓴 무질서한 폭죽 퍼레이드로, 밤새 이어진다.
“개가 떨고 있어요. 아이도 못 자요. 화재 걱정에 밤새 창문도 못 열어요.”
한인타운 동쪽 올림픽가 주민 박 모 씨는 이렇게 토로했다.
“경찰에 신고해도, 출동은커녕 접수도 어렵더라고요.”
문제는 이 현상이 단순한 ‘불꽃놀이’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 단속은 느슨하고,
- 불법은 방치되고,
- 그 피해는 사회적 약자부터 시작된다.
특히 홈리스 텐트촌이 밀집한 남쪽 지역은 실제 화재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소방차 한 대가 오기 전에 텐트촌 전체가 불탈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시당국은 “시민의 자유와 전통”이라는 명분 뒤에 무대응의 정치를 계속한다. 이는 단순한 보안 문제가 아닌, 도시의 계급 지도가 하늘에 터진 셈이다.
불꽃놀이는 누구에게는 “자유의 상징”이지만, 누구에게는 “공포의 시작”이 된다.
한편 한인타운은 이 경계선에 서 있다. 서쪽은 조용하고, 동쪽은 들끓는다. 그 사이에 낀 커뮤니티는 양쪽의 모순을 다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 놓였다.
“불꽃놀이는 지나가지만, 불신과 불안은 도시에 남아요.” 한인타운 상가 협회 관계자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