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미국/국제

구조적 차별로 철저히 다른 삶…시카고 흑인 수명, 9년 짧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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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 요인으로는 만성 질환·고질적인 총기폭력 탓

 

미국 3대 도시 시카고의 인종 간 기대수명 격차가 9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 보건 당국은 17일 관련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수십년간 지속한 인종 분리 정책과 구조적 인종차별이 흑·백 인종에 따른 기대수명 격차의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시카고는 미국에서 인종별 거주지 분리 현상이 가장 심한 곳 가운데 하나다. 흑인들은 주로 도시 남부와 서부에 모여 살고, 백인들은 도심 북부와 교외에 흩어져 산다.

이런 현상은 1955년부터 21년간 시카고 시장을 역임한 리처드 J.데일리가 백인 중산층이 흑인들을 피해 교외 도시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흑백 거주지 분리 정책을 편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한 시카고 2025′(Healthy Chicago 2025)로 제목이 붙은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시카고 흑인의 평균 수명은 백인보다 무려 9년이나 짧다.

보고서는 불균형적 평균 수명의 주요 원인으로 흑인들에게 흔한 만성 질환과 고질적인 총기폭력을 꼽았다.

시카고 보건당국은 앞서 두 차례 주민 건강 실태 관련 보고서를 내놓으며 인종에 따른 상태 차이와 기대수명 격차를 언급한 바 있으나, 구조적 인종차별을 근본 원인으로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시카고 트리뷴은 전했다.

시카고 보건국은 “인종 분리와 구조적 인종차별이 빚어놓은 사회적 문제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속절없이 드러났다”며 “앞으로 5년에 걸쳐 해결 방법을 찾아내겠다”고 공표했다.

시카고 시는 흑인과 히스패닉계 다수 거주지역의 코로나19 확진율과 사망률이 백인 동네에 비해 크게 높다고 전한 바 있다.

시카고 주민은 인종과 빈부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에서 철저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시 보건국은 “흑인들이 건강한 식품·양질의 의료 서비스·안정된 주거시설을 누릴 기회를 높이고 시카고를 모두가 살기 좋고 일하기 좋은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세부 조건들을 법제화해 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시카고 보건국 주도로 지역 공중보건 시스템과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전문가 40여 명이 참여해 작성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시카고 러시대학병원 데이비드 안셀 박사는 이 보고서에 대해 “심장 질환부터 총기폭력까지 시카고 흑인 거주자들의 조기 사망을 부르는 근본 원인을 파헤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했다.

안셀 박사는 시카고 저소득층 거주지역에서 40년간 진료한 경험을 토대로 저서 ‘데스 갭'(The Death Gap)을 내놓은 바 있는데 “근본적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결코 공중보건을 개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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