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미국/국제

[특파원 인플레 보고] ①’산 넘어 산’…위기의 끝이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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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 물가 급등 ‘몸살’…개도국들은 디폴트행 ‘급행열차’

식량·에너지 대란에 민생 ‘벼랑끝’…금리인상 카드는 ‘양날의 칼’

 

편집자 주 = 코로나19 대유행과 전쟁의 여파 등으로 세계 경제가 전방위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수십 년 만에 최악의 물가 급등과 식량·에너지 대란,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후퇴 우려까지 복합적으로 밀려오면서 세계 각국의 민생이 급격히 악화하는 상황입니다. 연합뉴스는 미주, 유럽,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 특파원 네트워크를 가동해 각국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인플레이션, 생활고의 실상과 전문가 인터뷰를 8편의 기사로 짚어봤습니다.

 

세계 경제가 기존 난제에 새로운 위기가 속속 더해지면서 끝이 안 보이는 ‘퍼펙트 스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으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은 수십 년 만에 처음 보는 물가 급등을 야기해 각국 경제를 압박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에너지·식량 대란까지 발생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한층 악화했고 각국의 민생고는 한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들은 본격적인 통화긴축 정책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이런 조치가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리 인상으로 물가는 잡을지언정 수요를 억눌러 경기후퇴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미국 인플레 잡으려다 경기후퇴 우려…EU는 전쟁발 인플레에 ‘휘청’

지난해부터 미국을 괴롭혔던 인플레이션은 악화일로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올 3∼5월 3개월 연속 8%대 상승률을 기록, 40여년 만의 최악의 상황이 전개됐다.

이달 들어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갤런(3.78L)당 5달러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굼뜬’ 대응으로 비판을 받았던 연준은 이에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연이어 꺼냈다. 지난달에 22년 만에 최대폭인 0.5%포인트 인상을 실시하더니 이달엔 28년 만에 0.75%포인트를 올렸다.

그러자 이제 경기후퇴 논란이 일고 있다. 연준이 물가를 잡으려다가 경제도 망가뜨리려 한다는 관측이다.

심상치 않은 지표가 이런 우려를 부추겼다. 미국 5월 소매판매가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최근 발표한 제조업 활동 지수는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애틀랜타 연은이 미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집계하는 ‘GDP 나우’는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로 내렸다. 1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은 -1.5%(연율 환산 기준)였다.

2분기 GDP가 0%에서 조금만 내려도 미국 경제는 경기후퇴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통상 경기후퇴는 2개 분기 연속 GDP 감소로 정의된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자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5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에너지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39.2%나 뛰어올랐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1%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높았다.

위기 조짐도 감지됐다. EU 금융시장의 ‘공포 지수’인 이탈리아·독일 국채 간 금리 차이가 이달 들어 팬데믹 이후 최대로 벌어지면서 2010년대 초반 남유럽을 중심으로 한 유럽 부채 위기의 ‘악몽’이 다시 부상했다.

이탈리아 등 부채가 많은 EU 회원국들의 경제 상황이 경제 강국인 독일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나빠졌다는 의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에 올해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다. 올해 유로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6.8%로 3개월 만에 1.7%포인트 상향 조정하고 GDP 성장률을 종전 3.7%에서 2.8%로 1.1%포인트나 내렸다.

 

◇ 식량·에너지난에 정책수단 부재…개도국 ‘위기 도미노’ 우려

개발도상국들은 이미 줄줄이 ‘국가부도’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우선 스리랑카가 4월 12일 ‘일시적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한 데 이어 지난달 18일엔 국채 이자를 갚지 못해 공식적으로 디폴트 상태로 접어들었다.

파키스탄은 현재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을 벌이면서 연료 보조금을 연이어 삭감하는 등 세수 확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IMF와 협상이 결렬되면 스리랑카의 뒤를 따르게 된다.

라오스는 이 두 국가에 이어 디폴트 후보국으로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4일 라오스가 “디폴트 위기에 처해 있다”며 국가 신용등급을 ‘Caa3’로 한 단계 낮췄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도 디폴트에 가까워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엘살바도르,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 모잠비크, 콩고공화국 등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당한 위험’이 있다는 수준인 ‘CCC+’ 이하로 매겼다.

개도국은 선진국보다 식량·에너지 등 자원 공급 차질에 훨씬 더 취약한데다 문제를 해결할 정책 수단도 부족해 더 빨리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개도국은 원유 등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유가 급등과 달러화 가치 상승 속에 에너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더해 선진국들의 통화긴축 정책과 유동성 회수로 대외 부채가 많은 개도국 경제의 위기가 한층 악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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