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미국/국제

北 안보·경제 돕겠다는 시진핑…북중 전략밀월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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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든든한 후원자’ 자처…한반도 질서재편 적극 관여 의지
김정은도 ‘中역할론’으로 주거니 받거니…시진핑, 美에 북한카드 ‘흔들’

악수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북한이 고심하는 안보와 경제 문제와 관련해 ‘힘껏’ 도움을 주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북한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한 모양새다.

외교가에서는 각각 사정은 다르지만 미국으로부터 공히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과 북한 두 나라의 전략적 밀월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이날 평양 ‘금수산 초대소’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중국은 조선(북한)이 자신의 합리적 안보 및 발전에 관한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중국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서 체제 보장 및 경제 발전을 위한 제재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북한의 입장에 대한 우회적 지지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그간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은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동시 행동 원칙’과 미국이 선호하는 ‘선 비핵화, 후 보상’ 원칙 사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두 차례 정상 회동에도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인내심’을 갖고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향후 열릴 수 있는 미국과 협상에 중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층 자신감 있게 나설 수 있게 됐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과거에 밝혔던 것보다 진전된 표현에 주목했다.

그는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고 한 부분에 주목했다. 북한의 관심사 해결은 중국의 원칙적 입장이지만 이번 발언은 진전된 표현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북한이 추진하는 장기적인 경제 발전 문제와 관련해 북중 정상이 ‘의기투합’한 점도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중국의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의 경험을 배우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고, 시 주석은 북한의 발전 문제를 ‘힘껏’ 돕겠다고 화답했다.

북한은 작년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폐기하고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 전략 노선을 채택했다.

북핵 문제가 진전돼 국제사회의 제재가 완화되기 전에 대규모 북중 경협을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중국은 쌀, 비료 등의 인도적 지원에서부터 관광객 송출, 북한 인력 개발, 위생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합법적’ 선에서도 유의미한 도움을 줄 수 있다.

시 주석은 이날 김 위원장에게 우선 경제·민생 분야의 간부 교육 및 인적 교류를 대폭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그간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이 이미 국제사회의 제재가 대폭 완화되는 시기를 대비해 북한과 접경 지역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등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시 주석의 수행단에는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 중산(鍾山) 상무부장 등 경제 분야 각료들도 포함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며 “허리펑이 시 주석을 수행한 것은 양국 정상의 의제에 경제 협력이 포함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외견적으로는 시 주석이 북한에 다양한 선물을 안긴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중국 역시 북미 ‘직거래’ 구조 속에서 약해졌던 한반도 영향력을 회복한다는 측면에서 북중 밀월 가속화를 통해 작지 않은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조선 및 관련국들과 협력을 강화해 반도 비핵화 실현과 지역의 장기 안정에서 적극적이고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면서 한반도 질서 재편 과정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이에 김 위원장은 “계속 중국과 소통하고 협력해서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 진전을 거두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중국 역할론’에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지만 중국의 대북 영향력 확대는 무역·군사·외교 등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는 미국에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북핵 문제 해결에 여전히 큰 의지를 보여 대북 제재 집행의 전선 격인 중국의 협조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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