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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 여성 후보자 성차별 피해 받는다…NYT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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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 여성 대선 후보에 이중적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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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더래피즈( 미 아이오와주)= AP/뉴시스】 10일 (현지시간) 아이오와주의 시더래피즈의 유세장에 나선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이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2016년 미 대선에 출마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일부 유권자들로부터 거슬리고 날카로우며 차갑다는 평을 받았다. 2020년 대선에 출마선언을 한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과 키어스틴 질리브런드,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들에 대해서도 그런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런 현상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11일 분석기사에서 여성정치인에 대한 성차별주의가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및 여성 문제 연구자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여성 대통령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지지하기를 주저하는 등 이중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주저하는 현상은 남성 후보와 여성후보를 지칭하는 언어에서부터 발견된다. 유권자들이 중시하는 자질과 약점을 묘사하는 표현이 그렇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성이 대통령이 되는 건 반대하지 않지만 특정 여성은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같은 스테레오타입과 이중기준의 영향이 2020년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까지 출마를 공식선언한 민주당의 6명 후보가 모두 여성인데 비해 이에 맞서는 현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성차별적 발언을 거리낌없이 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정치참여를 지원하는 바버라 리 가족 재단의 어맨다 헌터 연구 및 소통 국장은 “우리 연구 대상자들은 20년 동안 여성 후보에 투표하겠지만, 저 여성은 안된다고 말해왔다”면서 “여성 후보가 다수 등장하는 이번 선거에서는 그같은 변명 뒤에 (여성에 대한) 편견을 숨기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최근 대선출마를 선언한 에이미 클로버샤 미네소타주 상원의원(민주당)이 출마를 선언한 직후 언론들은 그가 상원에서 ‘까탈스러운 보스’라는 평판을 받았다는 점을 일제히 제목으로 달았다. 이것이 차별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남성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로 직원들을 질책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직원들도 이직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성차별이 실제 투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위스콘신-밀워키 대학교 정치학 교수 캐슬린 돌런에 따르면 일반적인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소속 정당이 다른 모든 특징을 압도하며 후보자의 성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정당내에서 벌어지는 예비선거에 대해 성차별이 어떻게 나타난지를 조사한 연구는 아직 없다. 민주당은 2020년 대선을 앞둔 예비선거에 여성후보들이 다수 출마할 예정이다.

분명한 것은 선거유세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주의가 후보자들에 대한 인식은 물론 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제시하는 자신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기자는 질리브런드 후보에게 “많은 사람들이 호감가는 인상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워런 후보에 대해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유세가 본격 시작되기 전에 클린턴과 같은 비호감 이미지를 어떻게 빨리 벗느냐가 관건”이라고 쓰기도 했다.

후보자를 평가하는 정체불명의 기준인 호감도는 성별에 대한 편견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연구자들은 밝히고 있다. 남성후보에 대해선 “누가 함께 맥주를 마시고 싶은 후보인가”라는 질문으로 호감도를 평가하지만 여성 후보에 대해서는 얼마나 비타협적이냐를 묻는 식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바버라 리 가족 재단의 헌터 국장은 “유권자들은 여성 후보가 자질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호감이 가지 않으면 지지하지 않을 것이지만 남성후보는 자질만 갖추었다면 좋아하지 않는 후보라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심이 큰 여성들은 미 유권자들의 호감을 얻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2010년 하버드 대학교의 한 연구에 따르면 권력지향적인 ‘여성’에 대해 유권자들은 모멸과 분노를 표시했지만, 권력지향적인 ‘남성’에 대해서는 강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여성후보에 대해 “야심가”라고 말할 때는 악랄하다는 뉘앙스가 담기는 것이다.

예컨대 해리스 상원의원이 출마의사를 밝힌 지 만 하루가 지나지도 않아서 비판자들이 캘리포니아 유력 정치인 윌리 브라운(전 샌프란시스코 시장)과 관계가 있었음을 끄집어냈다. 이는 여성의 성공을 남성과 관계와 연결지음으로써 성적 이미지를 부여하는 전형적인 전술이다. 일단 비호감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되면 유권자들은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받는다.

힘, 터프함, 용기 등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기대하는 자질들은 주로 남성성과 관련된 것들이다. 이같은 사실로 인해 남성 후보가 유세를 시작하면 그 자체로 출마자격이 인정되지만 여성 후보는 “자질을 갗추었음을 보이기 위해 두배로 노력해야 한다”고 바버라 리 재단 헌터 국장은 주장했다.

2004년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로 출마했던 캐럴 모슬리 브라운 전 상원의원은 “사람들은 처음에는 내가 건강문제나 가정문제 등 소프트한 이슈를 중시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나중에는 재정이나 군사문제는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 정치인들은 오랫동안 유권자들이 원하는 자질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남성처럼 행동하고 말하려한 것이다. 이 역시 함정이 됐다. 남성성이 리더십에 적합하다는 전제를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또 권위주의적으로 말하는 남성은 소신있고 의견이 분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여성이 그렇게 말하면 거만하고 잔소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부 유권자들은 남자처럼 처신하는 여성에 대해 진지하지 않다고 보기도 한다.

니콜 바우어 루이지애나 주립대 정치커뮤니케이션 조교수는 남성성을 드러내는 여성 후보에 대해 그 후보가 소속된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리더십이 우수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반대 정당 지지 유권자들은 호감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반면 남성 후보의 경우 이같은 역작용이 없다는 것이다.

바우어 교수는 여성 후보가 상대 정당의 유권자 지지를 확보할 방법이 없으며 이는 기본적인 심리 현상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원이 민주당 여성후보를 싫어하는 경우, 또는 그 반대의 경우라도 그 후보가 무슨 일을 하는지와는 무관하게 “사람들은 여성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성적 스테레오타입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여성 후보들은 주로 외양에 의해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매력적”이라거나 옷을 잘 입는다거나 하는 것은 물론 얼굴 표정이나 몸짓, 목소리 등으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2015년 총기에 의한 폭력을 비판하면서 소리를 지른다는 평가를 받은 클린턴 후보는 “난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니다. 여성이 말하면 사람들은 소리를 지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2016년 대선 당시 공화당 예비선거에 출마했던 칼리 피오리나에 대해 트럼프 당시 후보는 “저 얼굴 좀 보라. 저 얼굴이 다음 대통령이 될 것으로 투표할 유권자가 있겠는가”라고 조롱한 적이 있다. 이같은 발언은 너무 피상적이고 성차별적이어서 상당한 반발을 불러오지만 그렇다고 그런 일이 멈추는 법은 없다고 NYT는 지적했다.

데비 월시 러처스대 미국 여성과 정치 센터 국장은 “여전히 여성 후보들은 외모를 더 신경쓰게될 것”이라면서 “클린턴처럼 ‘왜 나한테 소리를 지르지?’ ‘왜 웃지 않는거야?’와 같은 말을 듣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30년의 미국 역사에서 대통령은 남성만이 차지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이같은 사실이 표준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여성 후보는 표준적이지 않기 때문에 승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다른 부문에서 표준적인 여성의 역할이 변해왔다.

바버라 리 재단 헌터 국장은 “여성 주지사가 성공적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주의 경우 리더십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여성에게 더 개방적이 된다”고 말했다. 월시 교수는 여성이 대통령으로 일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여성 후보는) “정장 차림을 하고 경력을 강조하되 개인사는 말하지 말고, 자녀들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아이들은 누가 키우냐는 질문을 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윌시 교수는 2020년 선거에 출마하는 여성 후보가 6명인 점이 “여성들이 모든 공직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넓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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