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한국

윤석열, 케네디 발언 인용하며 첫 공개행보…野 관망 이어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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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행보 질문에 “국민 기대 잘 안다” 원론적 답변

야권 내 피로감 상승…여권도 대대적 공세 관측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이하 한국시간 기준) 퇴직 후 첫 공개 행보에 나섰지만 정치적 거취에 관한 질문 세례에 침묵을 지켜 궁금증만 더하고 있다.

최근 들어 비공개 외부 행보를 늘려가며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한 상황이어서 그의 등판을 고대하는 야권 지지층,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적지 않은 당혹감이 감지된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남산예장공원에 마련된 우당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3월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처음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4월 재보선 사전투표 이후 두 달 만에 동선이 사전에 예고된 공개 행보였다.

친구인 이철우 연세대 교수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증손자여서 이번 행사 참석은 언뜻 자연스러운 면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과 잇달아 접촉하는 등 야권과의 소통을 늘려가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국민의힘 입당’ 같은 거취에 관해 구체적인 메시지를 낼지에 온통 이목이 쏠렸다.

지난 5일 현충원을 참배한 데 이어 6일 천안함 생존자를 만난 것을 두고 윤 전 총장이 호국·안보 이슈로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까지 나온 터였다.

이를 의식한 듯 윤 전 총장은 대권 도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국민의 기대 내지 염려를 경청하고 있다”며 머잖은 미래에 대권 행보를 시작할 것임을 시사했다.

“우당의 삶은 망국의 상황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한다”고 말한 대목도 눈에 띈다.

현 정권을 ‘망국’에 빗대는 한편, 정권교체 도전의 당위성을 항일 투쟁에 몸을 던진 우당 선생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비유한 것으로 읽힌다.

윤 전 총장은 ‘한 나라는 그 나라가 배출한 인물들뿐만 아니라 그 나라가 기억하는 인물에 의해 그 존재를 드러낸다’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인용했다.

미국에서 존경받는 지도자를 언급함으로써 자신의 권력 의지를 은연중에 부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대권 도전 여부에선 “좀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한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도전의 결심은 섰지만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아직 고민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고민의 지점이 무엇인지를 떠나, 윤 전 총장의 이날 ‘알쏭달쏭’ 행보는 그 특유의 거침없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 일부에선 윤 전 총장의 ‘물밑 행보’가 더 길어지게 된 상황에 실망감을 표출하고 나섰다.

한 핵심 인사는 통화에서 “국민들은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댄 검사 윤석열에게서 대장부의 용기 있는 모습을 기대한다”며 “오늘은 국민과 언론 앞에 적어도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정도는 밝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면 차차 아시게 되지 않겠나 싶다”고 말한 만큼 대강의 구상은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 자신에 대한 새 지도부의 태도와 정국 상황 변화를 보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한켠에선 여권의 검증 공세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신비주의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최대한 잠행 모드를 끌고 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를 두고서도 야권에선 “지금 그렇게 한가한가”라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특히 민주당에선 부동산 비리 의혹으로 자당 국회의원 12명을 내친 것을 계기로 윤 전 총장 및 처가에 대한 도덕성 공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이 좀더 외부에서 정국 상황을 관망하더라도 물밑에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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