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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개혁안 발표 뒤 전격 사퇴…수사·여론 ‘이중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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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끝내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8월 9일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66일 만이자 지난달 9일 장관직에 공식 임명된 지 35일 만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사법개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시점, 혹은 검찰 수사에 결정적 변곡점이 오는 시점이 조 장관의 거취를 가를 타이밍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를 고려하면 조 장관의 이날 사퇴는 예상보다 ‘한 박자 빠른 결행’ 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더해 이날 특수부 축소를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검찰 개혁의 ‘큰 걸음’을 떼는 성과를 거뒀고, 이처럼 ‘1차적 소임’은 다 한 만큼 지금이 물러서야 할 때라는 것이 조 장관의 판단으로 보인다.

여기에 조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도 사퇴 타이밍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결단을 더 미룰 경우 검찰 수사와 연관돼 해석될 여지가 생기는 만큼,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서라도 지금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법무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이날 사퇴를 결행한 점도 눈에 띈다.

법무부 국감을 거치면서 논란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일각에서는 ‘위증’ 가능성을 피하기 위한 사퇴가 아니냐는 분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 진영대결·국정지지율 악화…국정운영 부담에 與 내부서도 “더 못버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조 장관의 사퇴를 두고 “미리 상의한 것이 아니다”라며 “조 장관이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국의 흐름, 검찰개혁 동력 확보, 수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 장관 스스로 판단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여권에서는 조 장관이 국회에서 사법개혁 법안이 처리되는 10월∼11월을 전후해서 거취를 정리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이날 조 장관의 사퇴 발표는 이런 정치권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는 조 장관 논란이 불거진 후 계속돼 온 여론 악화가 좀처럼 반전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정운영에 가해지는 부담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7∼8일, 10∼1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천5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한 바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5.3%로, 한국당은 34.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0.9%포인트로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최소치였다.

이런 흐름에 청와대와 여권에서 받은 ‘심리적 충격’이 적지 않았으며, 조 장관 역시 강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총선을 눈앞에 둔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권이 입은 내상이 예상보다 심각했다고 보고 조 장관 사퇴를 통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왔다.

최근 서초동·광화문에서 잇따라 열린 대규모 집회가 마무리됐다는 점도 고려됐으리라는 분석도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통합과 민생·경제 의제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본인이 비켜줘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개혁안 발표로 ‘1차 임무’ 마무리…曺 “제가 내려와야 檢 개혁 완수”

조 장관이 이날 특수부 축소를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것이 사퇴 타이밍에 영향을 줬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조 장관이 이날 발표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은 15일 국무회의에 상정돼 의결을 거칠 예정이다.

결국 장관으로서 시행령 등을 개정해 할 수 있는 개혁안은 우선 매듭을 지은 셈이다.

문 대통령 역시 이날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 조 장관이 발표한 검찰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되어 왔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 개혁의 큰 발걸음을 떼는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여권에서는 검찰개혁 이슈를 지금처럼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킨 것으로 조 장관이 어느 정도 소명을 다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조 장관은 향후 국회에서의 검찰개혁 입법을 위해서는 지금 본인이 물러서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에서 할 일을 한 만큼 이제 국회도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법안들을 통과시켜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하며, 야권을 향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것이다.

조 장관이 사퇴한다면 야당이 개혁법안 처리에 반대할 명분이 없어져 입법 걸림돌이 사라지리라는 셈법으로 읽힌다.

◇ 檢수사 고려하면 ‘명예퇴진’ 지금 뿐…”다음 날 국감 의식” 추측도

일각에서는 조 장관과 가족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상황이 전격 사퇴 발걸음을 앞당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다섯번째로 비공개 출석 시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조사 내용을 판단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주중에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만일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점이 임박한다면, 조 장관으로서는 거취를 결단하기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

영장청구를 전후해 사퇴를 발표한다면 자칫 현직 장관이 검찰 소환 등 수사에 떼밀려 옷을 벗는 모양새가 되어 거취 결단의 의미가 퇴색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사퇴를 한다면 소임을 다한 뒤의 ‘용단’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더 결단을 미룰 경우 검찰 수사와 연관될 위험이 있다”며 “결국 조 장관 본인으로서는 ‘아름다운 시기’에 외롭게 결정을 한 셈”이라고 언급했다.

바로 다음날로 예정된 법무부 국감에 나서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국감장에서는 조 장관 및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질의가 쏟아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자칫 위증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기자회견이나 인사청문회와 달리 증인선서를 하는 국감장에서 위증을 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2016년 국정감사 당시 9천473명의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내용의 보도와 관련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받았다”, “없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증언했다가 위증죄로 고발당해 재판을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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