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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러 견제하며 군사조약 잇단 탈퇴…뉴스타트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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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핵합의·중거리핵전력 조약 이어 항공자유화조약도 탈퇴

중국 불참시 뉴스타트 연장 불투명…중간서 피해본 유럽과 동맹약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군비 통제와 핵 확산 억제 등을 목표로 국제사회와 맺은 다자, 양자 조약에서 잇따라 탈퇴하고 있다.

경쟁 상대인 중국, 러시아를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대안 없는 탈퇴는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글로벌 불안정성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특히 기존 조약의 수혜를 보던 유럽의 불안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불이행을 문제 삼으며 항공자유화조약(Open Skies Treaty·OST) 탈퇴 방침을 밝혔다. 이 조약은 미국과 러시아, 유럽 국가 등 총 34개국이 가입해 있고, 회원국 간 상호 자유로운 비무장 공중정찰을 허용한다.

이 조약은 가입국의 군사력 현황과 활동을 파악함으로써 군비 경쟁과 우발적 충돌을 억제하는 순기능이 있었지만 러시아의 동반 탈퇴로 이어질 경우 군사 안전핀의 한 축이 무너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협상을 통해 미국의 잔류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일부 보좌관들조차 성공할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러시아가 냉전 시기 힘들여 결론 낸 무기통제 체계를 부식시킨 또다른 사례”라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들어 군비 통제와 연관된 조약에서 탈퇴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던 2015년 7월 이란의 핵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란은 물론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과 맺은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했다.

작년 8월에는 30년 넘게 러시아와의 핵개발 경쟁 등을 막기 위해 활용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러시아가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백지로 만들어 버렸다.

INF 조약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과 함께 미국과 러시아 간 핵통제 질서를 떠받쳐온 양대 산맥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잇단 조약 탈퇴는 중국과 러시아, 이 중에서도 미국과 함께 주요2개국(G2)으로 불릴 정도로 급성장한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많다.

INF 조약이나 뉴스타트 공히 미국과 러시아 간 양자 조약이다 보니 중국은 핵무기와 중거리미사일 개발 규제의 ‘사각지대’였다는 것이 미국의 인식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0월 INF 조약 종료 의사를 밝힐 때 중국을 조약 당사자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중국까지 포함한 새로운 INF 조약 필요성을 거론해 왔다.

그러나 중국이 방어적인 국방정책을 견지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결국 INF 조약은 폐지의 길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런 추세라면 뉴스타트 역시 폐기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뉴스타트는 1991년 7월 미국과 옛 소련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감축에 합의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스타트)의 명맥을 이은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는 양국의 핵탄두 수를 각각 1천550기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년 2월 만료되는 뉴스타트는 양국이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 한 5년간 추가 연장되지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까지 포함한 새 협정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축 담당 특사인 마셜 빌링슬리도 21일 러시아 외에 중국까지 포함된 3자 협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3자 군비 통제 협정은 예측할 수 없는 3국 간 군비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중러 3국 협상 필요성에 동조하는 미국, 러시아와 달리 중국이 거부해 중국까지 포함한 새 협정 실현 여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중국은 300개가량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NYT는 “중국은 핵무기 제한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쳐 왔다”며 “비판자들은 중국의 참여 주장 고수가 뉴스타트 협정을 무산시키는 독약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중국의 참여가 관철되지 않으면 뉴스타트 역시 폐지 운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뉴스타트 시한인 내년 2월은 올해 미국 대선이 실시되는 11월 이후라는 점에서 대선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 열을 올리다 보니 미국의 동맹인 유럽이 유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NF 조약만 하더라도 유럽에서 핵전쟁을 억지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핵탄두를 실은 중·단거리 미사일은 탐지가 어려워 우발적 핵전쟁 가능성이 컸기 때문으로, 체결 당시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의 큰 불안을 덜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마지막까지 이 조약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미국의 OST 탈퇴 역시 러시아의 군사 증강을 견제해온 유럽의 우려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입장에선 OST가 러시아의 전술핵 무기 움직임을 추적하고 재래식 병력의 이동과 훈련을 검증하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CNN방송은 OST가 유럽 대륙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고 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 있는 오판의 위험을 낮추는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10개국이 이날 성명에서 미국에 유감을 표시하고 “이 조약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으며 유효하다”고 밝힌 뒤 러시아에도 정당하지 않은 비행제한을 해제하라고 촉구한 것도 이런 유럽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방위비 분담 등 군사 분야는 물론 무역 문제 등 경제 분야에서도 줄곧 유럽 동맹국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가운데 터진 이번 OST 탈퇴 방침은 미국과 유럽 간 동맹 약화를 불러온다는 비판에도 직면할 전망이다.

WP는 이번 OST 탈퇴 계획이 “미국과 유럽 동맹 간 또 다른 분열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동북아 국가인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은 OST 가입국이 아니어서 미국의 탈퇴로 인한 직접적 여파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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