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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기소장으로 본 北대사관 습격단체의 ‘대담한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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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창, 대사관 직원들 결박한 뒤 경찰 오자 ‘아무일 없다’ 태연히 대답”
4시간 넘게 머물며 자료 뒤져…미국 돌아와 뉴욕·LA서 FBI와 접촉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반북단체 ‘자유조선’ 회원들의 대담한 행적이 미국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기소장·구속영장 등 재판기록을 통해 드러났다.

24일(현지시간) 미 해병대 출신 한국계 미국인 자유조선 회원 크리스토퍼 안(38)의 기소장·구속영장에 따르면 이 사건을 주도한 자유조선 리더 에이드리언 홍 창과 크리스토퍼 안은 스페인 고등법원 호세 D.M 아미야 판사가 발부한 체포영장에 적시된 6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주거침입, 불법감금, 협박, 폭력을 수반한 강도, 상해, 조직범죄 등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체포된 크리스토퍼 안을 기소한 미 연방검찰청 존 룰레지안 검사는 “안은 10년 이상의 중형이 예상되는 피고인으로 도주 우려가 크다”라고 밝혔다.

룰레지안 검사는 1996년 체결된 미-스페인 범죄인인도청구조약, 2003년 미-유럽연합(EU) 범죄인인도청구조약에 의해 크리스토퍼 안에 대한 인도 청구 사건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기소장에는 이들이 범행을 시작한 시점은 뉴욕 JFK 공항을 떠난 홍 창이 2월 22일 오전 8시 마드리드 아돌포 수아레스 공항에 도착한 때로 기록됐다.

이후 홍 창은 그날 오후 5시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에 도착했다.

홍 창은 문을 두드려 소윤석 경제참사를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대사관 직원 S씨가 나와서 홍 창에게 건물 밖 벤치에서 기다리라고 한 뒤 소 참사를 찾으러 간 사이에 홍 창이 대사관 문을 열어주자 크리스토퍼 안을 포함해 6명의 자유조선 회원들이 대사관 경내로 진입했다.

홍 창과 안을 포함한 7명은 ‘마체테’라고 불리는 날이 넓은 칼과 쇠몽둥이, 모조 권총, 결박용 케이블, 호신용 스프레이를 지니고 있었다.

이들은 S씨 등 대사관 직원 3명을 케이블로 묶은 뒤 회의실로 끌고 갔다. 이어 소 참사를 위협해 화장실과 지하실로 끌고 다니며 탈북을 종용했다. 소 참사가 배신할 수 없다고 하자 그를 결박하고 머리에 가방을 뒤집어씌워 눈을 가렸다.

자유조선 회원 크리스토퍼 안이 재판받은 미 연방법원 법정

자유조선 회원 크리스토퍼 안이 재판받은 미 연방법원 법정

대사관 건물 안에는 소 참사의 부인과 8세 아들이 침실 문을 잠근 채 피신했다. 홍 창 일행은 잠금장치를 부수고 들어갔지만, 대사관 직원 가족은 결박하지 않았다.

대사관 꼭대기 층에 있던 직원 S씨 부인은 아래층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는 담을 뛰어넘어 도망쳤으며, 그 과정에서 다리를 다쳤다. S씨 부인의 신고로 경찰관 3명이 대사관에 찾아왔다.

그때 홍 창은 북한지도자 배지를 단 옷을 입은 채 태연히 문으로 걸어 나가 대사관 직원 행세를 하면서 ‘아무 일도 없다’고 답했다고 검찰 기소장에 나와 있다. 홍 창은 심지어 경찰관들에게 ‘북한 국적자 중 다친 사람이 있으면 대사관에 즉시 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홍 창 일당은 대사관 직원들을 묶어 지하실·회의실에 감금해놓고 몇 시간 동안 자료를 뒤졌다. 이들은 펜 드라이브(USB로 추정) 10여 개, 컴퓨터 2대, 하드드라이브 2개를 탈취했다.

자유조선 회원들이 자료를 갖고 대사관을 떠난 시간은 오후 9시 40분이었다. 4시간 40분간이나 대사관에 머물며 각종 자료를 뒤진 셈이다.

크리스토퍼 안 등 5명은 대사관 차량 3대에 나눠타고 떠난 뒤 시내 곳곳에 차를 버리고 종적을 감췄다. 홍 창은 우버를 불러 대사관을 떠났다. 처음 호출한 우버 차량이 경찰서 앞쪽으로 서자 다른 우버 차량을 다시 부른 기록이 남아있다. 홍 창이 우버를 부를 때 쓴 가명은 ‘오스왈드 트럼프’였다.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AP=연합뉴스]

이어 북한 학생 3명이 대사관에 와서 문을 두드렸으나 응답이 없자 담을 넘어 들어가 묶여있던 대사관 직원들을 구해주고 경찰에 신고했다.

애초 이번 사건에 10명이 난입한 것으로 보도됐으나 기소장을 보면 7명이며, 다른 3명은 대사관 직원들을 구해준 학생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관에서는 홍 창이 쓴 ‘매튜 차오’라는 이탈리아식 이름의 가짜 신분증과 칼, 쇠몽둥이 등이 발견됐다.

홍 창은 이어 다음날인 2월 23일 리스본을 거쳐 미국으로 돌아왔고 2월 27일 뉴욕에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을 만나 대사관에서 가져온 자료를 넘겨준 것으로 돼 있다. 홍 창은 로스앤젤레스에서도 FBI 요원과 접촉했다.

지난 18일 미 수사당국이 홍 창의 아파트를 급습하는 과정에서 크리스토퍼 안이 체포됐다. 안은 체포 당시 풀 장전된 스프링필드 아모리 XD 40구경 권총과 별도의 탄창 한 개를 허리춤에 차고 있었던 것으로 구속영장에 적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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