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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한달째…트럼프-민주 첨예 대치로 정국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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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다카 연장-장벽예산’ 카드 제시…민주당 거부
양보없이 여론전…80만명 무급 상태 지속, 피로감 가속
美성장률 저하 우려…다보스포럼 등 외교 일정에도 영향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장벽건설 예산을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20일(현지시간) 한 달째(30일)를 맞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야당인 민주당의 첨예한 대치가 계속되면서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장벽건설 예산 57억 달러 반영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한 푼도 배정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미중 무역협상과 북핵 협상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갯속 정국이 계속되는 것이다.

셧다운은 기존 최장 기록이었던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1995년 말~1996년 초)의 21일을 이미 넘기는 것은 물론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셧다운 사태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에 타협안을 제시했다.

백악관에서의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의회가 국경장벽 예산 57억 달러를 통과시켜주면 ‘다카'(DACA·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를 3년 연장하고 대규모 자연재해나 내전을 겪은 남미·아프리카 국가 출신자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미국 내 임시 체류를 허용하는 ‘임시보호지위'(TPS) 갱신 중단 조치도 유예하겠다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이미 없애겠다고 밝힌 것을 협상용으로 내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은 낸시 펠로시(민주) 하원의장은 물론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에 의해 즉각 거부됐다. 민주당은 ‘선(先) 셧다운 중단, 후(後)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콘크리트 장벽을 주장하다가 철제 장벽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국경순찰대 인력 확충이나 드론, 카메라 보강을 비롯한 기술력 강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제안한 57억 달러 장벽예산 반영 및 다카 연장 등을 담은 예산안을 이번 주 상원에 제출할 계획이지만 처리 여부는 미지수다.

이미 민주당이 반대 의사를 나타낸 상황이지만 법안 제출을 통해 민주당을 압박하겠다는 것이 매코널 원내대표의 의도다.

그러나 하원은 민주당이, 상원은 공화당이 각각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과 타협하지 않는 한 대치 국면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예산안이 통과하려면 상·하원의 문턱을 모두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한 달째인 이날도 트위터를 통해 “그들(민주당)은 범죄와 마약을 보지 않는다(안중에 없다), 그들은 오로지 이기지 못할 2020년만 바라본다”면서 “펠로시는 너무 비이성적으로 행동했고 너무 왼쪽(좌파)으로 가버려 이젠 공식적으로 급진적 민주당원이 됐다”고 비난을 쏟아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위협하기도 했다. 국방부 등의 예산을 의회승인 없이 장벽예산으로 끌어다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셧다운이 장기화할수록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야당인 민주당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어 막판 타협 가능성이 주목된다.

셧다운이 기약 없이 장기화하면서 부작용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셧다운은 지난해 12월 22일 0시부터 시작됐다.

15개 정부 부처 중 국토안보부와 교통부, 내무부, 농무부, 국무부, 법무부 등 9개 부처와 10여개 기관, 국립공원 등이 영향권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해 9월 말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 일부 부처에 대해서는 1년 치 예산을 반영하는 등 연방정부 예산의 75%가량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약 210만명의 연방 공무원 가운데 80만명가량이 영향을 받는다. 이 가운데 필수 부문 공무원 약 42만명은 보수 없이 근무를 하고 있으며, 나머지 38만명은 사실상 해고상태가 된다.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연방 공무원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비상자금으로 버티던 일부 기관의 피로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연방 공무원들 가운데 일부는 전당포에 보석 등 귀중품을 맡기도 급전을 융통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연방 공무원들의 실업수당 청구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7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연방정부 공무원들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월 첫째 주(~1월 5일) 기준으로 1만454건을 기록했다. 이는 한 주 전의 4천760건에서 5천694건이나 늘어난 것이다.

NYT는 지난 16일 자 기사에서 자체 분석 결과 셧다운 시작 이후 4주간 80만명의 미 연방 공무원들이 지급받지 못한 보수가 1인당 평균 5천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전했다.

전국 최대 규모 노동조합인 연방공무원노조(AFGE)가 연방정부를 상대로 임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워싱턴DC 지방법원의 리처드 J. 리언 판사는 최근 “(임금 지급을 명령할 경우) 혼돈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기각했다.

경제에 대한 부작용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는 셧다운으로 미 국내총생산(GDP)이 매주 0.1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셧다운이 1분기 내내 지속한다면, 분기 성장률을 제로 수준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방정부와 계약한 소규모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러한 계약직 직원은 지난해 약 413만명으로 연방 공무원의 갑절에 달한다.

미 소매판매와 기업 재고, 공장 주문액과 무역수지 등 각종 경제 지표 발표도 지연되고 있다. 셧다운이 이달 말까지 이어지면 지난해 4분기 성장률(속보치)도 정상적으로 발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교 일정에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오는 22∼25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 참석을 취소한다고 밝힌 데 이어 미국 대표단의 참석도 취소됐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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