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했던 어느 봄날에-
1973년 4월의 어느봄날에 목소리가 예쁜 여자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누군지는 도무지 알수 없었지만,
호기심 많던 그시절엔 가슴벅차고 신기한일 이었죠.
만나고싶다는 제의에 이것 저것 계산할 겨를도 없이 승락하고는 달려나갔었습니다.
우리는 남산길을 걸었습니다.키가 저보다는 좀 작았고 몸매도 아담한 아주예쁜 아이였습니다.
그날 남산엔 온통 벚꽃이 피어 눈이 어지러울정도 였지만 그아이의 얼굴과 맑고 깨끗하였던 그녀의 눈동자밖에는 아무것도 볼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얘기를 나누었지만
어떻게 나를 알게되었는지,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교회 여학생을 짝사랑 하였던 경험이 떠올랐었기 때문 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서 좋아하는일에 이유나 과정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었기때문 이었습니다.
우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만나서 명동으로,을지로며 종로거리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밥을 사먹거나 영화를 보거나할때,그녀는 항상 저보다 먼저달려가 계산을하곤 했었습니다.
그때는 새어머니의 눈치를 보던때라 용돈을 받기가 쉽지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돈을 벌기로 했습니다.
재수학원에 다니는것을 그만두고 아버지로부터받은 학원비는 데이트비용으로썼고 날마다 공사현장으로 가서 일을 했습니다.
일하는곳은 서울대학교를 새로짓는 공사를 하는곳 이었습니다.
않해보았던 일이라 힘은좀 들었지만 그래도 보람은 있었습니다.
하루일당이 아마....1000원쯤 되었던것 같습니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1주일에 하루씩만 만나며 꿈같은 날들을 보냈었지요.
그아이는,
전에 별밤에 소개한적도있는 경아 입니다.
자유분방하였던 부잣집딸.
오늘,
왜 그때의 생각이 났던건지 모르겠군요.
돌아오지 않는 그날.
그때의 생각이......
꽃피던날
고운
꽃빛으로
물들어가던
청춘이여
한잎
두잎
떨어져
흩어져가는
내 그리운 날들이여......
박은옥/봉숭아 듣고싶습니다.

내가 좋아하는꽃 자카란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