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사상 최악의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남가주에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겨울 폭풍이 연달아 닥치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3일 샌타바바라. 말리부 등 남가주 일부 지역에서는 전날까지 내린 폭우로 몇몇 중심도로가 끊겼고, 산사태 위험 때문에 주민 수천 명에서 강제 대피령이 내려졌다. 샌타바바라에는 시속 80마일의 강풍이 불어 닥치는가 하면, 불과 5분 사이에 0.5인치의 폭우가 쏟아져 이 일대의 가로수와 전신주들이 모두 물에 쓰러지거나 물에 잠겼다.
산불 지역의 헐벗은 산악지대에서는 흙탕물과 진흙이 쏟아지며 산사태가 일어나 주요 고속도로가 부분적으로 폐쇄됐고, 주민 수 천명에게는 대피령이 내려졌다가 해제됐다.
지난해 토마스 산불의 피해를 입은 몬테시토 지역에서는 지난 2일 소방구조대가 홍수로 인해 불어난 흙탕물과 진흙 더미로 승용차 안에 갇힌 운전자들을 빼내는 작업이 한창 진행됐다.
또 최악의 폭우가 내린 2일 말리부 등 지역의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PCH)를 비롯한 도로 여러 구간이 폭우에 쏟아진 진흙과 토사로 막혀 통행이 차단됐고, 곳곳에서 폭우에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해 오렌지카운티에서는 가로수가 차량을 덮치면서 탑승자 3명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이밖에 미끄러운 도로 노면 때문에 수많은 빗길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LA 카운티 북쪽 컨 카운티 경계의 5번 프리웨이에서는 벤추라 카운티 셰리프국 소속 구조대 한 명이 교통사고 구조 작업을 하다가 빗길에 미끄러진 차량에 받히면서 숨지고 다른 대원들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는 폭우가 가장 심했던 지난 2일 오전 8시6분께 5번 프리웨이 피라미드레익 인근에서 교통사고 현장 구조 작업을 벌이던 벤추라 카운티 셰리프국 소속 구조대원들을 향해 미니밴 한 대가 빗길에 과속 주행을 하다 돌진하면서 일어났다. 이로 인해 구조대원 제프 다이(50)가 사망하고 최소한 2명의 다른 대원들이 부상을 입었다.
울시 파이어가 발생한 말리부 지역에서는 태평양연안 고속도로가 경찰에 의해 폐쇄됐고, 진흙이 차도까지 밀려 내려온 다른 주요 도로들도 모두 통행이 금지됐다. 이 지역에서 가까스로 산불 피해를 면한 몇몇 주택 주민들은 진흙탕 홍수를 막기 위해 집집마다 모래주머니를 쌓는 등 폭풍우 대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토머스, 울시 산불 피해지역을 비롯해 휘티어, 세르파 산불 피해 지역 주거지에서도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가 비가 일시적으로 개인 3일 대피령이 해제됐다.
국립기상청(NWS)은 “폭우의 강도가 심해 작업 중인 불도저까지 쓸려내려 갈 정도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집중 폭우로 산 위의 큰 바위들이 민둥산 아래로 진흙과 홍수 쓰레기와 함께 내려와 주택들을 덮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겨울 폭풍우 경보는 시에라 네바다의 눈사태 지역에도 내려졌다. 이 곳은 1월부터 폭설이 쌓여 있는 상태로 앞으로 며칠 동안 최고 3미터까지 쌓여 사고가 우려된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겨울 폭풍이 잇달아 지나간 남가주에는 4일 한파와 함께 또 한 차례 비가 내리는 등 5일까지 곳곳에서 눈, 비가 이어지다가 수요일인 6일부터 개일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LA 한국일보-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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