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휴진·사직 강행 선언… 정부·병원 몰아붙이는 의대 교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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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진·사직에 부정적 교수도 상당수
“정식 사직 없어”… 파급력 미지수
“교수 특권 포기할지 의문” 비판도
정부 25일 의료개혁특위 정식 출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 교수들이 집단 휴진과 사직 강행을 선언하며 정부를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휴진이나 사직을 해도 필수의료는 유지해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지만, 현실화할 경우 환자들의 불편과 의료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미 진료 축소로 경영난을 겪는 병원에도 재정적 타격이 예상된다. 다만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교수들이 적지 않은 데다 실제 사직 및 휴진 참여율이 높지 않아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정부는 예정대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25일 발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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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을 각각 수련병원으로 둔 서울대 의대와 울산대 의대 교수들이 다음 주부터 주 1회 휴진을 결의한 데 이어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소속 20개 의대를 중심으로 ‘동맹 휴진’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전의비는 전날 총회를 열어 일주일 중 하루는 외래진료와 수술을 멈추되 휴진 날짜는 대학마다 자율적으로 정하기로 했다. 연세대 의대(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우선 이달 30일을 휴진일로 결정했다. 참여 여부는 교수 자율에 맡기고, 이후 상황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속한 성균관대 의대는 전의비에 참여하지 않지만 자체적으로 주 52시간 근무 초과 시 주 1회 휴진 권고안을 마련했다. 가톨릭 의대(가톨릭병원)까지 전의비 결정을 따른다면 ‘5대 상급종합병원(빅5 병원) 집단 휴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정부가 ‘2,000명’에서 물러나 각 대학이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절반까지 줄일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지만, 의사들은 ‘증원 백지화’ ‘원점 재검토’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이달 말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안 제출을 앞두고 증원을 무산시키기 위한 교수들의 집단행동 수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법적으로 교수들에 대한 진료유지명령이 가능하다면서도 실행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아직은 의료현장에서 혼란이 감지되지는 않는다. 각 병원마다 전체 의대 교수 중 비대위에 참여한 교수는 일부이고, 비대위 참여 교수 중에서도 집단 사직에 동참한 교수는 또 일부다. 정부에 항의하는 뜻에서 사직서는 냈지만 사직할 의사가 없거나 집단 휴진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는 교수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다수 교수는 환자 진료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교육당국이 확인한 결과 대학본부에 의대 교수 사직서가 접수돼 정식으로 퇴직 절차를 밟은 사례도 없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절차와 형식과 내용을 갖춘 사직서가 많지 않다”며 “사직서를 냈다는 이유로 당장 출근하지 않는, 무책임한 교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음에 없는 사직으로 불안 조장” 비판

의료계에선 교수 동맹 휴진 및 사직을 대정부 압박 카드로 보는 시각이 많다. 휴진은 하더라도 사직자는 거의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수도권 의대 교수는 “사직은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지만 환자들이 눈에 밟혀서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며 “교수가 환자를 떠나는 건 모순된 행동이라는 걸 알지만 이렇게라도 정부에 의사들 뜻을 알리려는 상징적 제스처”라고 말했다. 지방 대학병원 교수는 “빅5 병원 교수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과 사회적 명예를 과연 포기할까”라고 반문하며 “마음에도 없는 사직 카드를 남발하며 불안을 조장하는 집단행동은 국민 지지를 얻기는커녕 여론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교수들이 휴진을 하더라도 응급·중증환자 진료와 수술은 유지할 예정이라 의료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달 30일, 울산대 의대 교수는 다음 달 3일 휴진할 계획이지만, 24일 기준 기존 외래진료와 수술 일정 등은 크게 변경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휴진을 선언한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에서도 병원 측은 정상 진료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의정 갈등이 고조되면서 휴진 사례가 나올 수는 있다. 수도권 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은 매우 불안하겠지만 진료 일정을 미리 잘 조정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방에서 올라오는 환자, 회사에 휴가를 낸 환자 등에게 굉장한 불편과 비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상경영체제로 버티고 있는 병원들도 경영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서울아산병원은 전공의 집단행동이 시작된 2월 20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의료분야 순손실이 511억 원에 달한다. 병원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빅5 병원의 경우 평상시에 비해 수술은 50% 안팎, 외래진료는 20~30%가량 감소했다. 서울 지역 대형병원 관계자는 “현재 하루 손실액이 13억 원인데 교수들이 휴진하면 17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의사들 반발에도 정부는 의료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5일에는 의료개혁특위 첫 회의를 연다. 6개 부처 정부위원과 의사단체를 포함한 공급자단체 추천 10명, 수요자단체 추천 5명, 분야별 전문가 5명 등 민간위원 20명이 참여해 향후 의료체계 혁신안, 필수의료 투자 방향 등 의료개혁 세부 내용을 협의할 계획이다. 의료인력 수급 현황 점검도 주요 의제이지만, 내년도 의대 정원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박 차관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열린 마음으로 참여해 보건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대안 마련에 함께해 달라”고 촉구했다. 두 단체는 참여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국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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