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눈엣가시이던 ‘한국사위’ 래리호건 지지 표명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의 상원의원 선거 출마에 지지를 표했다고 13일 FOX뉴스가 보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FOX뉴스 기자로부터 상원의원 선거에서 호건 전 주지사의 승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가 이기는 것을 보고 싶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나는 그가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수를 차지해야 하고 우리나라를 바로잡아야 하므로 그가 이기기를 바란다. 그는 이길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사람들이 강한 발언을 한 것을 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나는 정당과 나라에 대한 것(을 생각한다)”이라며 “나는 그가 이기는 것을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그(호건 전 주지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무도 내게 그렇게 묻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그를 지지할 것이다. 그렇다”고 답했다.

한국계인 유미 호건 여사와 결혼해 ‘한국 사위’로 일컬어지는 호건 전 주지사는 공화당 내 중도파의 대표 주자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오래 반목해왔다.

호건 전 주지사는 지난 3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에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혐의 유죄 평결이 나오기 직전에는 엑스(X·옛 트위터)에 “결과와 상관없이 모든 미국인이 평결과 사법 절차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며느리이자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인 라라 트럼프와 트럼프 캠프의 선임고문인 크리스 라시비타 등이 호건 전 주지사를 격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라라 트럼프 RNC 공동의장과 라시비타 고문의 앞선 반응을 고려할 때 호건 전 주지사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표명이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이는 상원 의석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후보들에게 호의를 보이는 경우가 극히 드물지만, 호건은 메릴랜드주의 상원 의석을 되찾아 공화당이 상원을 다시 장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예외로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건 전 주지사는 오는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연방의원 선거에서 메릴랜드주의 상원의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다.

메릴랜드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이른바 ‘블루 스테이트’다. 공화당은 이곳에서 1980년대 이후 한 번도 상원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호건은 메릴랜드주에서 2015∼2023년 주지사를 지냈고 퇴임 시 지지율이 77%에 이르는 등 인기가 높아 이번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에 귀중한 한 석을 추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선언이 꼭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의 지지선언은 (공화당 텃밭인) 레드 스테이트의 공화당 후보들에게는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지만 민주당이 지배하는 메릴랜드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짚었다.

호건의 선거캠프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듯한 모습이다.

호건 선거캠프의 선임고문인 마이크 리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발언에 대한 논평 요청에 “호건 주지사는 2016년과 2020년과 마찬가지로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고 답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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