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행복에 대한 생각 바꿨지만
타인 눈치 여전해···’힐링’ 프레임은 심각

모두가 스스로 도움받아야 할 존재로 낙인

10년 전 펴낸 ‘행복의 기원’ 11만부 팔리며
내면으로부터의 행복론 뒤집어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뒤에 중요한 진실은 빠져 있습니다. 칭찬으로 춤추는 고래는 단 한번 밖에 춤을 추지 않아요.”

‘행복 연구의 대가’로 꼽히는 서은국 연세대 교수는 최근 연세대 연구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의 칭찬이 아니라 스스로의 즐거움으로 하는 게 중요한데 지난 십 년 동안 그 부분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영재들이 수학 올림피아드에 나가면 전 세계에서 1~2위를 겨루지만 입시를 하고 나면 수학은 쳐다보지도 않는 이유가 타인의 칭찬으로 한 공부였기 때문이라는 것. 사회적으로도 남들이 박수칠만한 분야에만 매진하기 때문에 노벨상이 나오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가 연세대에서 가르친 수업 내용을 책으로 옮긴 ‘행복의 기원(2014)’은 11만 부 이상 팔리며 행복에 대한 생각을 바꿔 놓았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행복감은 환경에 따라 좌우된다’는 메시지는 내면을 통해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따져보게 했다.

‘행복의 기원’ 저자 서은국 연세대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위당관 연구실에서 행복을 가로막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송승훈(폴인)

‘행복의 기원’ 저자 서은국 연세대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위당관 연구실에서 행복을 가로막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송승훈(폴인)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서 교수는 오히려 더 위축되거나 행복하지 못한 학생들의 모습을 많이 발견한다고 설명한다.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있지만 타인의 시선에 대한 의식은 더 커지고 있다. 서 교수는“일거수일투족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타인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초미의 관심을 두면 완벽한 ‘을의 라이프’를 살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우리 사회에서 당장 사라져야 할 것으로는 ‘조심해’ ‘위험해’ ‘하지마’를 쉽게 타인에게 강요하는 문화를 꼽았다. “한국만큼 하지 말라는 문구가 길거리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나라가 없습니다. 타인이나 자식에게도 이것을 강요해요. 굉장히 피곤한 사회고 자유감이 없죠. 이게 행복을 가로막는 사회적 미세먼지예요.”

그는 사라져야 할 것으로 ‘힐링(치유)’의 상품화를 꼽았다. 서 교수는 “힐링 자체가 결핍이 있고 문제가 있는 상태를 전제하고 있다”며 “모두가 스스로 약자라고 분류하고 보살핌만 받으려 한다면 장기적으로 건설적이거나 행복감이 높은 사회로 가기 어렵다”고 했다.

서은국 교수의 연구실 출입구 한쪽에는 제자들이 만든 서 교수의 행복 그래프가 붙어 있다. /정혜진기자

서은국 교수의 연구실 출입구 한쪽에는 제자들이 만든 서 교수의 행복 그래프가 붙어 있다. /정혜진기자

서은국 교수가 받은 우수강의교수상 상패들 /정혜진기자

서은국 교수가 받은 우수강의교수상 상패들 /정혜진기자

서 교수는 사람으로부터 오는 행복감을 중요시한다. 그는 상호작용 속에서 행복의 감정을 주는 ‘쾌’의 자극을 느끼도록 타고난 사람이 혼밥, 혼행 등 모든 것을 홀로 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은 피곤한 사람과 같이 무언가를 하느니 혼자 하겠다는 차선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거꾸로 얘기하면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피곤하게 하고 있는가에 대한 방증”이라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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