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본 없는’ 기자회견에 모든것이 달려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방에서 덮쳐오는 대선 후보 사퇴론에 맞서 오는 11일(현지시간) 전 세계 눈앞에서 승부수를 띄운다.

워싱턴DC에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마지막 날 저녁 단독 기자회견을 열어 국제 무대 한복판에서 고령 논란을 잠재우고 건재를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그간 바이든 곁을 지켜온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시간이 없다”며 사실상 노선 변경을 암시한 데 이어 상원의원 중에서도 처음으로 공개 사퇴 요구가 터져 나온 와중에 이뤄지는 것이다.

의회 밖에서도 연예계 거물들이 바이든 사퇴 요구 대열에 대거 합류하는 데 이어 큰손들의 기부금 돈줄마저 말라가는 형편이다.

반면 ‘리턴매치’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두문불출했던 부인 멜라니아의 첫 지원 사격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을 과시했다.

잠시 주춤하는 듯하던 바이든 사퇴론은 그의 오랜 우군인 펠로시 전 의장이 10일 MSNBC 방송에 출연해 사실상 입장 변화를 암시한 것을 계기로 걷잡을 수 없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펠로시 전 의장은 “출마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달린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시간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가 그 결정을 내리기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81세인 바이든 대통령보다 네 살 많은 펠로시 전 의장은 그간 바이든 고령 논란에 단호히 선을 그으며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왔으나 사퇴론을 놓고 당내 찬반 논란이 심화하자 처음으로 이 같은 기류 변화를 암시했다.

같은 날 민주당 상원의원 중에서도 처음으로 바이든 하차를 공개 요구한 의원이 나왔다.

버몬트주 상원의원인 피터 웰치는 10일 미 유력지 워싱턴포스트에 게재한 기고에서 “조국의 선(善)을 위해서 바이든 대통령이 레이스에서 하차하길 촉구한다”고 썼다.

웰치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왜 출마를 원하는지 이해한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에게서 우리를 한차례 구해냈다”면서도 “하지만 그는 자신이 그렇게 할만한 최선의 후보인지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대선 후보 TV 토론 이후 민주당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공개 요구한 의원은 상·하원을 합쳐 9명으로 불어나게 됐다.

의회 밖에서도 연예계 거물들이 속속 바이든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사퇴 압박에 가세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자금 모금에 앞장서 온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는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우리는 이 대통령으로 11월(대선)에 이기지 못할 것”이라며 “거기에다 우리는 하원도 이기지 못하고, 상원도 뺏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위해 모금 행사를 열었던 배우 마이클 더글러스 역시 “클루니의 주장은 타당하다”면서 “나는 매우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에는 거물급 선수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큰손들의 기부금도 반토막이 날 위기다.

바이든 캠프와 가까운 복수의 소식통은 이번 달 바이든 캠프에 대한 거액 기부자들의 후원이 지난달에 비해 절반 또는 그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미 NBC 뉴스가 11일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현재 바이든 캠프의 모금 상황에 대해 “이미 재앙적”이라고 말했으며 다른 소식통은 “돈이 완전히 끊겼다”고 말했다.

◇ 바이든 직진 고수…11일 나토 기자회견서 ‘담판’ 승부수

봇물 터지듯 나오는 사퇴론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를 자신하며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그는 지난 9일 개막한 나토 워싱턴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막을 ‘세계 지도자’를 자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나토 정상회의에서 자신을 둘러싼 고령 논란을 잠재울 ‘시험대’에 거리낌 없이 오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동맹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승부수를 띄운다.

사전 각본 없이 진행될 이날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보이는 모습에 따라 그가 자신의 승산을 관철시킬지, 혹은 고령 논란을 더 증폭시킬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CNN 방송에 따르면 기자회견 앞줄에는 나토 회원국 외교관들도 착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짤막한 연설을 할 예정이며, 이어 기자들의 질문에 대본 없이 답할 계획이라고 백악관 관계자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단독 기자회견은 이번까지 합치면 15번째에 그친다고 CNN은 짚었다.

이런 와중에 기자단과 분위기가 좋은 편은 아니라는 소문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10일 보도에서 지난 8일 백악관 브리핑 도중 대변인과 취재진이 고성과 설전을 주고받은 것을 기점으로 양측에 ‘긴장’이 감돈다고 전했다.

당시 브리핑에서는 파킨슨병 전문가인 케빈 캐너드의 백악관 방문설을 둘러싸고 이를 확인하려는 취재진과 “프라이버시”라고 일축한 대변인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젠 오말리 딜론 바이든 선거대책위원장과 마이크 도닐론 수석 고문 등 캠프 핵심 인사들은 11일 민주당 상원의원단과 만나 현재 상황에 관해 설명할 예정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와 별도로 의원들이 제기하는 우려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여유 있는 트럼프 캠프…두문불출했던 멜라니아도 첫 공개 행보

리턴매치를 4개월 앞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유세에 ‘가족 카드’를 꺼내 들며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을 과시했다.

그의 막내아들 배런은 10일 처음으로 선거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정치무대에 데뷔했다.

올해 18세인 배런은 이날 밤 플로리다주 도럴의 골프장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했다. 그는 아버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배런 트럼프!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소개하자, 자리에서 일어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며 화답했고 엄지척을 하기도 했다.

좀처럼 대중 앞에 서지 않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모처럼 공개 행보에 나섰다.

멜라니아 여사는 8일 밤 뉴욕 트럼프 타워 펜트하우스에서 선거자금 모금행사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 140만달러(약 19억원)의 자금을 거둬들였다.

당시 멜라니아 여사는 빨간 소방차 색깔의 발렌티노 드레스를 입고 등장, 모두를 ‘실신’시켰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TV 토론과 골프 대결을 제안하는 ‘도발’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도럴의 골프장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전 세계 앞에서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공식적으로 주겠다”면서 사회자나 규칙 없이 ‘남자 대 남자’로 하자고 재차 제안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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