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탐사보도…”피해자와 합의하고 기밀유지 계약도”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몰래카메라’로 인한 숙박객의 피해에도 대책 마련보다는 공론화를 막는 데 급급해왔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작년 자사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 과정에서 10년간 접수된 몰래카메라 관련 민원 및 신고 건수를 공개하라는 법원 명령을 받았다.

에어비앤비 측 대리인은 법정에서 2013년 12월 1일 이후 10년간 ‘감시 장비’와 관련한 고객 응대 기록이 총 3만4천건이라고 밝혔다고 CNN은 보도했다.

에어비앤비 측은 현관 카메라 고장이나 녹음 기능이 있는 태블릿 PC가 실내에 방치돼 있었던 사례 등도 포함된 숫자라며 실제 몰래카메라 피해 건수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CNN 취재에 응한 에어비앤비 대변인은 단 하나의 사례와 관련해서도 여러 건의 고객 응대 기록이 생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에어비앤비 측은 몰래카메라 피해 건수가 구체적으로 몇 건이나 되는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CNN은 덧붙였다.

CNN은 이와 별개로 자체 파악해 검토한 몰래카메라 관련 미국 내 재판 및 수사 건수만 10여건이고 관련 피해자도 최소 75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측 대변인들을 인용, 몰래카메라 문제가 공론화할 것을 우려한 에어비앤비 측이 이들을 상대로 합의를 종용해 왔고, 합의 조건 중 하나는 이와 관련한 세부사항을 더는 언급할 수 없도록 기밀유지 계약에 서명하는 것이었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에어비앤비 측은 관련 업계의 표준 관행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CNN은 몰래카메라 관련 신고가 접수됐을 때 에어비앤비가 보이는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2021년 7월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텍사스주 중남부 텍사스힐 카운티의 외진 숙소에 묵었던 한 커플은 침대를 향해 설치된 몰래카메라를 발견하고 에어비앤비에 이를 알렸다.

하지만 에어비앤비 측은 “호스트(숙소 제공자)측과 접촉해 그쪽 이야기를 들어봐도 되겠느냐”라는 답을 했다고 한다. CNN은 “이런 행동은 용의자에게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줘서 수사를 방해할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결국 피해자들은 이튿날 아침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호스트의 집에서 숙박객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성관계를 하는 장면 등이 담긴 대량의 이미지를 찾아냈다.

범인은 평점이 높은 숙소 제공자만 될 수 있는 ‘슈퍼호스트’였으며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30명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에어비앤비가 범죄기록 등을 기준으로 호스트를 걸러내는 과정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CNN에 따르면 에어비앤비 홈페이지에는 자사의 신원 조사에만 의존해 호스트의 범죄 이력 여부를 판단하지 말라는 ‘주의문’이 적혀 있다.

이처럼 호스트와 숙박객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법적 책임에 선을 그으면서도 에어비앤비는 숙박비의 평균 17%를 수수료로 챙기고 있으며, 세계적 호텔 체인 하얏트와 메리어트를 합친 것보다 큰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CNN은 꼬집었다.

CNN은 몰래카메라 촬영이 보통 경범죄로 취급돼 미국에서도 형량이 1년이 넘지 않지만 피해자들은 훨씬 긴 세월 동안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남편과 텍사스힐 카운티의 에어비앤비 숙소에 묵었다가 성관계 장면이 촬영됐다는 여성은 “디지털 콘텐츠로 만들어진 것은 영원히 남는다”면서 지금도 영상이 인터넷에 흘러나갔을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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