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월급’… 환급금 받아 빚 갚는다

납세자 40%이상 부채 상환
신용카드, 학자금 대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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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받은 세금 환급금은 모두 신용카드 빚 갚는 데 썼다”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박모씨의 말이다. 박씨가 받은 올해 세금 환급금은 4,000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 받은 세금 환급금으로 그동안 갚지 못했던 신용카드 사용 금액 중 절반 가까이 갚았다. 박씨는 “환급금으로 신용카드 부채를 상환하고 남은 기간 동안 부채가 다시 쌓이는 생활을 하고 있다”며 “세금 환급금이 부채 상환의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한인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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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종 직장인 카리 카라니코스도 올해 세금 환급금을 빚 갚는 데 사용했다. 카라니코스는 “지난해 받은 환급금 3,600달러를 대학 학자금 대출금을 갚는 데 쓴 것처럼 올해도 세금 환급금 전부를 대출금 상환에 썼다”며 “10만달러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금에 비하면 세금 환급금은 ‘새발의 피’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13월의 월급’이라고 불리는 세금 환급금을 신용카드 사용금과 자동차 대출금 등 각종 부채를 갚는 데 사용하는 납세자들이 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가계 부채가 크게 증가한 탓이다. 특히 생활 자금에 여유가 없는 젊은 층과 저소득층에게 세금 환급금은 부채를 갚을 수 있는 유일한 자금처로 사용되면서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릿저널(WSJ)은 올해 세금 환급금을 받은 납세자들의 상당수가 빚을 갚는 데 세금 환급금을 모두 쓰고 있다고 전했다. 연방국세청(IRS)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1억200만명의 납세자들에게 2,010억달러 규모의 세금 환급금이 지급됐다. 납세자 1명당 평균 3,011달러의 세금 환급금이 지급된 셈이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5%나 상승한 금액이다.

온라인 금융 플랫폼인 렌딩트리에 따르면 올해 2~4월 사이에 세금 환급금을 받은 납세자의 40%가 환급금을 부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비해 4%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세금 환급금이 부채 상환에 쓰이는 데는 경제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신용카드와 학자금 대출을 비롯한 가계 부채 급증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가계 부채는 팬데믹 이후 증가세가 가팔라져 지난해 4분기 17조5,000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신용카드 부채를 제때 갚지 못해 90일 이상 연체한 비율은 6.36%로 1년 전에 비해 2.3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직장 등 사회 진출 기간이 비교적 짧은 젊은 층과 수입이 낮은 저소득층에게는 세금 환급금이 부채를 상환하는 목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 조사에 따르면 세금 환급금을 받게 되면 가계의 월 수입이 30%나 상승하는 효과가 있어 세금 환급금 수령 이후 소비 증가세도 크게 늘어 119%나 증가한다.

이에 따라 올해에도 세금 환급금을 받은 납세자 5명 중 1명 꼴로 부채 상환에 나설 것이라는 뱅크레이트닷컴의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금 환급금이 부채를 갚는 데 사용되는 것은 이제 반복되는 일상이 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금 환급금 여파로 2월에서 5월 사이에 부채 상환 연체율은 떨어졌다가 나머지 기간에는 2배나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 공공 정책학과 로렌 존스 교수는 “저소득층의 경우 세금 환급금이 가계 연소득의 40%까지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세금 환급금을 부채 갚기에 쓰고 나면 생활비 감당을 위해 남은 기간에 또 다시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주 한국일보-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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